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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말… 말… 말

입력
2004.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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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 총선,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 위헌 파동 등 숱한 정치사회적 이슈가 돌출한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도 말로 말미암은 탈이 많았다. 예년에는 실수나 과장, 또는 촌철살인의 재기 번득이는 말들이 많았던 데 비해 올해는 가슴에 못을 박고 상처를 내는 가시 돋친 말들이 횡행했다.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모두가 여유를 잃고 나날이 심성이 강퍅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독한 말의 진원지는 정치권이 단연 압도적이었다. 새해에는 말이 본래의 소통과 이해의 기능을 회복하길 기대하면서 갑신년에 쏟아진 ‘이말 저말’을 정리한다. 기획취재부■ 정치분야/"관습헌법… 처음 들어보는 이론"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노무현 대통령, 4월 총선을 앞두고 2월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특별회견에서의 이 말은 야당의 탄핵추진에 결정적 빌미를 제공했다.

▶합리적 보수니 따뜻한 보수니, 별놈의 보수를 다 갖다놔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는 것-노무현 대통령, 5월 연세대 ‘리더십 특강’에서 보수와 진보에 관한 견해를 피력하며.

▶나는 이것을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운동, 퇴진 운동으로 느끼고 있다-노무현 대통령, 7월 인천지역 혁신발전 5개년계획 토론회에서 신행정수도 이전 반대론을 공박하면서. 앞서 6월 국무회의에서도 "행정수도는 정부의 명운과 진퇴를 걸고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고 초강수를 두었으나 결국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특별법 위헌 결정으로 무색해졌다.

▶낡은 유물은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는 것이 좋을 것-노무현 대통령, 9월 MBC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한 견해를 얘기하면서. 그러나 12월 당정청 수뇌부와의 송년회동에서는 "(4대입법에 대해) 너무 부담감을 갖지 말라"며 다소 융통성있게 변화한 모습을 보였다.

▶역시 외국에 나와 보니 ‘기업이 바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노무현 대통령, 9월 러시아 방문 때 재계 총수 및 경제5단체장 등과의 간담회에서 기업의 역할에 대해 애정을 표시, 생각과 정책방향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처음 들어보는 이론-노무현 대통령, 10월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 위헌결정이 나온 직후 일부 참모들에게 ‘관습헌법’ 해석에 불만을 표시하며. 국민들에게도 생소했던 ‘관습헌법’은 이후 국민적인 관용어가 됐다.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된다-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4월 총선을 한달 앞두고 이 발언으로 선대위원장 직을 사퇴하고 비례대표까지 반납해야 했다.

▶말썽 많은 자식이 효도한다는 말처럼 효도 많이 할 테니 마지막 기회를 달라-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을 겨냥해 당 지지를 호소하면서.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의 심정으로 이 곳에 왔다-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 4월 광주를 방문해 탄핵 한민공조 사죄를 위한 눈물의 ‘3보1배’ 행진을 시작하면서.

▶50년 동안 한판에서 계속 삽겹살을 구워먹어서 판이 이제 새까맣게 됐다-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4월 총선을 한달 여 앞두고 방송사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한국 정치의 ‘판갈이’를 주장하며. 노 의원은 이 밖에도 숱한 어록을 남겨 한동안 가장 입담이 센 정치인으로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앞으로 두번 다시 (초선에 대해) 군기 잡겠다고 하면 그 사람을 물어 뜯어버리겠다-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 총선직후 당내에서 튀는 초선의원들을 우려하는 발언이 나오자 5월 초선의원 모임에서 격하게 응수하며.

▶계급장 떼고 치열하게 논쟁하자-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 6월 열린우리당 의원 시절의 보도자료를 통해 당·정·청 간 갈등을 빚은 공공주택 분양원가 공개 문제와 관련한 토론을 주문하며.

■ 사회분야/ "서울이 수도면 지방은 하수도냐"

▶나를 직접 조사하라- 송광수 검찰총장, 3월 검찰이 촛불집회 주최자들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방침을 사전 보고하지 않은 경위를 법무부가 조사하겠다고 하자. 송 총장은 6월에는 "중수부 수사가 국민의 지탄을 받게 되면 내가 먼저 (내) 목을 치겠다"는 등 여러 차례 ‘소신발언’을 했다.

▶칼에 피를 너무 많이 묻혔으니 이제 부처님께 가서 빌어야겠다-안대희 전 대검 중수부장, 5월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마무리한 후 부산고검장으로 옮기면서.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이명박 서울시장, 5월 개신교 행사에서의 봉헌사 중 한 대목. 이로 인해 불교계를 비롯한 각계의 비판이 일자 곧바로 사과를 했다.

▶10년간 (남편과 함께) 친정살이를 하면서 모은 알토란 같은 내 돈-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씨, 5월 ‘전두환 비자금’ 관련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관리한 130억원을 설명하면서.

▶너무 즐거워서 죄송합니다, 떠날 때는 말없이-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7월 청와대의 장관교체 발표 직후 퇴임소감을 발표하면서 그 동안의 마음고생을 내비쳤다.

▶서울이 수도면 지방은 하수도냐-10월 헌재의 위헌판결로 행정수도 이전이 무산되자 충청지역의 집회장 곳곳에 등장한 현수막 구호로, ‘서울이 관습헌법 상 수도’라는 헌재의 판결을 비꼰 문구.

■ 경제분야/"시장은 어린애들 놀이터가 아니다"

▶시장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고, 내키면 하고 싫으면 안 하는 철없는 어린애들의 놀이터가 아니다-이헌재 경제부총리, 2월취임사에서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적극 개입을 시사하며.

▶경제가 어려움에 빠져드는 원인은 정치권도, 정부도 아닌 바로 기업의 노력과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강신호 전경련 회장, 7월28일 제18회 제주서머포럼 개회사에서 기업책임론을 제기하며.

▶4대 입법 대신 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법으로 난리를 피우면 원이 없겠다-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11월 한국자유총연맹의 포럼에서. 박 회장은 앞서 성매매 특별법을 겨냥, "어느 사회든 하구수가 필요한데 모두 막고 참으라고만 하니 역사상 가장 오랜 직업과, 나라 경제가 엉망이 됐다" 는 등 이례적으로 정부 비판 발언을 거듭해 주목을 받았다.

▶한국은 빌 게이츠도 성공하기 힘든 시장이다-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사장, 7월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칼럼에서 저가 입찰과 불법복제 등이 난무하는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 상황을 개탄하며.

▶나는 재벌이란 말이 싫다-최태원 SK㈜ 회장, 10월 창사 42주년 기념식에서 주식 지분의 소유구조로 묶여 총수가 지배하는 체제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기대할 수 없다며.

■ 문화·체육분야/ "욘사마" (樣樣樣樣)

▶욘사마-드라마 ‘겨울연가'에 출연한 배용준 이름에서 ‘용'의 일본식 발음을 딴 ‘욘'과 최고존칭인 ‘사마(樣)’를 결합한 이 말은 올 한해 일본을 휩쓴 한류의 상징어가 됐다. ‘樣'을 네개 이어 붙인 ‘樣樣樣樣'는 일본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애기야 가자-인기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의 대사로 젊은 연인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같은 드라마의 대사 "이 안에 너 있다"도 유행어가 됐다.

▶염세주의자로서 한마디 한다면 이제 내 인생에는 내리막길 밖에 없는 셈이다-영화감독 박찬욱, 5월 ‘올드보이’로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뒤 각국 기자들 앞에서.

▶찬호야, 허리가 왜 아퍼. 딴 짓 말고 야구나 열심히 해-김응용 삼성라이온즈 사장, 11월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박찬호에게 조언을 하며. 그의 부진이 사생활과 관련이 있다는 뉘앙스로 받아들여져 세인의 입에 올랐다.

■ 지구촌 이말저말/ "부시의 W는 Wrong"

▶‘욘사마’를 본받아 ‘준사마’로 불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6월 참의원선거 유세 중 자신도 배용준처럼 인기있는 정치인이 되겠다며.

▶조지 W 부시의 ‘W’는 ‘Wrong(잘못된)’을 의미한다-존 케리 미국 민주당 대통령후보, 9월 이라크전 미군 희생자가 1,000명을 넘었다는 소식에 부시의 이라크 공격은 잘못이었다고 비판하며.

▶우리 둘 모두 결혼을 잘 했고, 영어로 의사소통 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부시 미국 대통령, 11월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함께 대선 유세장에 나와.

▶당신의 안전은 부시나 케리의 손에 있지 않다-오사마 빈 라덴, 미국 대선 직전 아랍어 위성방송 알 자지라를 통해 방영된 비디오 테이프에서.

▶리비아는 이제 세계 평화운동을 이끌기로 결정했다-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4월 핵무기 포기를 계기로 국제사회에 복귀한 뒤 유럽 방문에서.

▶유럽은 오래됐지만 유럽연합(EU)은 젊다-EU 순번의장국인 아일랜드의 메리 매컬리스 대통령, 5월 EU 새 회원국을 받아들이면서 정치 경제 군사적 결속을 다짐하며.

▶중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는 마오쩌둥이지만, 가장 고마워하는 지도자는 덩샤오핑-중국 역사학자 벤저민 양, 8월 덩샤오핑 탄생 100주년을 맞아 발간한 그의 전기에서.

▶지금 내 얼굴이 바로 우크라이나의 현 주소-빅토르 유시첸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후보, 12월 후보 연설에서 정적의 독살 기도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신의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키며.

▶세상에는 전쟁, 기아, 무주택, 에이즈 등 더 중요한 문제들이 많다-미국 팝 가수 재닛 잭슨, 3월 슈퍼볼 축하공연에서의 가슴 노출(니플 게이트)에 대해 언론이 대대적인 관심을 보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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