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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최진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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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최진실씨

입력
2004.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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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소송에 휘말려 또 한번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가 소유한 고흐의 그림 ‘셍레미 요양원 풍경’을 전 소유자가 돌려 달라는 것이다. 테일러는 "경매 때 문제가 있다는 아무 정보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테일러 부친의 유산인 이 그림은 구입과정에 다툼의 소지가 있어 뜨거운 법정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20세기 영화계에서 아름다움의 대명사처럼 돼 있는 그는 두 번의 아카데미상 수상과 8번에 걸친 결혼으로 유명하다.■ 1990년대 연예계를 풍미한 톱스타 최진실씨가 건설회사로부터 30억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건설회사 변호사는 "단순히 최씨가 이혼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 아파트에 들어가면 멀쩡한 부부도 갈라서겠다’는 말이 나오면서 중대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가정적 비극을 겪은 최씨에게 쓰라린 고통이 더 얹혀지는 것이다. 최씨는 "이혼녀라 당하고 있다"면서 강한 여성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혼녀가 사생활을 제대로 못한 사람으로 낙인 찍히는 선례로 남지 않도록 싸우겠다는 것이다.

■ 정말 ‘멀쩡한 부부도…’운운할 정도로 우리 사회가 천박하고 인정머리가 없어진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최씨를 위해 저명한 변호사 등 25명의 무료 변호인단이 구성되었다. 이어 ‘여성 문화예술인의 인권에 관한 토론회’도 열렸다. 박이은경 오한숙희씨 등 토론자들은 먼저 여성 연예인이 사회적 편견 때문에 가정폭력, 이혼문제 앞에 무력해지는 풍토를 진단했다. 일단 사건화하면 공인이라는 굴레 때문에 영원히 피해자로 남거나 스타에서 추락하는 선택만 남는다는 것이다. 토론자들은 가정폭력으로 이혼하고 그것이 사회적 물의로 비쳐졌다고 해서 손해배상을 청구한 논리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 엘리자베스는 7번 이혼을 하면서도 사회적 상처를 입지 않고 명성을 쌓았다. 사회가 개인사에 관대하고 성숙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의 각종 국가고시에서 많은 여성이 수석을 차지할 정도로, 세상은 호호탕탕 변하며 흘러간다. 최씨는 기자회견장에서 시종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올해 여성 연예인이 몇 명이 이혼했거나 오랜만에 복귀했다. 사회가 여성 연예인을 더 이상 울리지 않고, 그들 자신도 울지 않는 새해가 되었으면 한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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