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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호기자 푸껫 르포/ "여보, 아들아… 제발 살아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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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호기자 푸껫 르포/ "여보, 아들아… 제발 살아있길"

입력
2004.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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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 주세요, 꼭 살려 주세요. 하느님!"28일 태국 휴양지 푸껫의 방콕병원 4층 405호. 다리와 얼굴을 심하게 다친 오모(39)씨는 병상에 누워 실종된 아내 이모(37)씨와 큰 아들(10)의 이름을 하염없이 부르고 있었다. 그의 기도는 곧 오열과 절규로 바뀌었다. 아내가 실종자로 분류된 것 같다는 소식이 여행사 직원을 통해 병실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사고당시 마지막 순간까지 아버지 오씨의 손을 놓지 않았던 막내아들(6)은 병실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가족의 연은 실로 순식간에 끊겼다. 오씨 가족은 26일 오전 10시20분께 일행 18명과 함께 푸껫 인근 피피섬의 부둣가에서 다른 섬으로 이동하기 위해 스피드보트에 오르고 있었다. 돌연 바닷물이 150m가량 쑥 뒤로 빠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집채만한 높이로 솟아오른 물 덩어리가 보트를 덮쳤다. 피할 틈도 없었다. 그저 막내의 손을 꼭 잡았다. 저만치 큰아들을 구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아내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바닷물은 빠졌지만 아내와 큰아들은 보이지 않았다.

"여행만 오지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사고 다음 날인 27일 한국에서 급하게 푸껫에 온 처이모(37) 등 가족들은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잡기 위해 입소문을 좇아 인근 섬들을 여전히 뒤지고 있다.

푸껫에서 비극은 지금부터가 시작인 듯했다. 방콕병원과 와찌라 국립병원, 인터내셔널 호텔 등 푸껫의 3개 의료시설에는 50여명의 한국인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곳에 다른 한국인 여행자들의 사망 소식이 하나 둘 전해지면서 탄식이 잇따르고 있다. 폐허가 된 거리에선 한국에서 온 친지들이 죽음의 공포를 뒤로 한 채 수소문을 하고 있다.

27일 밤잠을 설쳐가며 푸껫에 도착한 임모(75)씨. 안양에 사는 그는 막내아들 가족이 여행을 떠난 것도 모르다 며느리 김모(44)씨와 손녀 임모(20·대학 2년)양이 행방불명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가 사라지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반드시 찾아내 함께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손녀는 이날 오전 푸껫 인근 크라비섬에서 싸늘한 시신이 돼 할아버지를 맞았다.

푸껫 인터내셔널 호텔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김모(30·여)씨는 해일에 직격탄을 맞아 발목 절단 수술까지 받았지만, 담요로 얼굴을 가린 채 실종된 어머니 배모(75)씨 안부를 물었다. 김씨는 "어머니가 어디 계신지도 모르는데 발목까지 잘라내 너무 힘들다"면서도 생존자를 실은 구조선이 푸껫 선착장에 들어오면 어머니 이름을 불러보라고 다른 한국인에게 부탁했다.

한편 교민 이모씨는 "주태국 대사관에서 급파된 영사와 한인회가 한 명이라도 더 한국인 생존자를 찾기 위해 이틀째 밤을 새웠지만 역부족"이라면서 정부의 추가 지원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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