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포츠 외교를 30여년간 좌지우지하던 ‘스포츠 대통령’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올해 철저하게 몰락했다. IOC 부위원장과 집행위원, 세계경기단체총연맹 위원장,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등을 맡았던 김 위원은 국제무대에서 한국 스포츠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유일한 거물 인사였다.그러나 철옹성처럼 입지가 단단했던 그도 솔트레이크 시티 동계올림픽에서 김동성-오노 판정시비가 불거졌을 당시 국민 정서에 반하는 언행으로 대한체육회장을 물러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방해설에 휘말렸고 급기야 올해에는 구속되는 수모를 겪었다.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시절 공금 33억원을 유용한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것이다.
그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두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방해를 반성하기는 커녕 오히려 공로명 당시 평창유치위원회 위원장 등 4명에게 명예회복을 위한 소송을 제기하는 식의 처신이 더 미움을 산 것 아니냐"는 얘기도 돌았다. 대법원에 상고는 했지만 무죄가 선고될 전망은 밝지 않다. 김 위원의 위상은 국제 무대에서도 추락했다. IOC 윤리위원회에 회부돼 ‘일시 자격정지’ 징계를 받아 사실상 퇴출된 상태. 만약 대법원에서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그는 내년 7월 싱가포르 IOC총회에서 IOC 위원직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그의 추락으로 한국 스포츠의 대외 이미지는 훼손됐고, 국제 무대에서 적지 않은 타격도 받았다. 김 위원 외에 이건희 박용성 IOC 위원이 있지만 기업인이어서 스포츠에만 주력할 수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 체육계는 스포츠 외교통을 시급히 육성해야 하는 과제를 앉고 있는 셈이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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