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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우리는 지진 측정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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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우리는 지진 측정 못하나

입력
2004.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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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지진과 해일이 성탄 연휴의 느긋한 여유를 즐기던 동남아시아 지역 곳곳을 강타한 직후 각국에서 지진 규모와 진앙지 발표가 쏟아져 나왔다. ‘리히터 규모 8.5’(미국), ‘8.0’(프랑스), ‘6.8’(인도네시아)…. 이들이 경쟁적으로 발표한 측정치와 분석자료는 외신을 타고 곧바로 전 세계로 타전됐다.하지만 어디에도 한국은 없었다. 당당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로,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자부하는 한국은 변변한 자료조차 내놓지 못했다. 사실 국내 관측기관에서도 이번 지진을 포착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계기에 26일 오전9시59분에 지진파가 잡힌 것이다. ‘리히터 규모 6.0, 진앙지는 북위 4.823, 동경 96.338’. 미국지질연구소(USGS)와 비교하면 진도 2.9, 북위 1.5도, 염?0.6도 정도의 오차가 있었다.

하지만 공표하지 않았다. 국내에 피해를 줄만한 사안이 아니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국내의 열악한 장비와 여건으로 인해 측정치가 국제적 신뢰를 받을만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관련 전문가는 "국내엔 기상청 등 4개 기관이 겨우 80개 정도의 지진관측소를 운영하는 데 이웃 일본은 수천개가 넘는다"며 "유럽은 물론, 여러 동남아 지역 역시 재난관측시스템에 관한한 우리를 앞서 있다" 고 지적했다.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만큼 제대로 된 재난예보·관측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상투적인 얘기가 아니다. 시각을 바꿔 우리가 여러 측면에서 국제적, 경제적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아쉬움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 정도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국제사회에서의 권위와 품격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이런 측면에서 27일 낮에야 정부에서 나온 구호 및 지원 대책도 사실은 많이 늦었다. 고찬유 기획취재부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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