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유난히 눈이 없다. 그래서 겨울답지 않다고들 한다. 겨울이 겨울다워야 모든 것이 예측한대로 돌아갈 것이다. 겨울철 장사를 하기 위해 한여름부터 준비한 겨울용 상품들이 날씨가 춥지 않은 관계로 팔리지 않으니 상인들의 속마음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겨울이 겨울답지 않으니 겨울철 장사가 안 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전염병이 만연될까 걱정이 된다.아니나 다를까. 여기저기에서 뜻하지 않은 겨울철 식중독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며칠 전 지방의 한 오리농장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 관계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닭과 오리, 타조 등 거의 모든 조류에서 발생하는 병이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3가지 정도로 분류된다. 그 중 최악의 고병원성 인플루엔자는 감염 시 치유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어딘가에서 이 병이 발견되면 주변의 닭, 오리가 모두 살(殺) 처분되는 것은 물론, 관련 종사자에 대해서도 긴급방역 작업이 실시된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야 물론 말할 것도 없거니와 우리나라의 전염병 관리 시스템도 의심을 받게 돼 국가적 신뢰도가 크게 손상되게 된다.
지난 해 대만의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단체 여행객에 끼어 일본을 여행한 사건이 일어나 양국의 도덕성 문제로까지 비화된 일이 있었다. 26살 가량 된 대만 남자의사가 치료를 받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사스 환자라는 사실을 숨긴 채 무려 6일 동안이나 일본의 오사카, 교토 등을 버젓이 관광하고 돌아간 일이었다. 아시아권 전체가 사스 비상에 걸려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태인데 일반인도 아닌 의사가 직업윤리 없이 단체관광객의 일원으로 어떻게 여행을 할 수 있느냐 하는 비난이 빗발쳤다. 결국 이 문제로 일본은 대만 정부에 사과를 요구해 끝내받아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일본 보건당국의 대응이다. 일본 당국은 대만의 의사여행객이 사스 환자로 판명되자 대만 사스 환자의 일본 국내의 여행일정을 상세하게 공개하고, 그 환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은 항공기 승무원, 호텔 종업원 등 234명 전원의 건강상태를 조사하였으며 그 결과 이상이 없다고 발표했다.
자국국민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전염병에 대해 철저하고도 신속하게 대응하고 상황을 충분하게 공개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는 모습은 우리 보건당국도 본받아야 할 것이다.
박돈희 전남대 생명과학기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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