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방과후 특기적성 교육이 당초의 목적과는 달리 학부모들의 사교육 욕구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 10명 중 7명 이상이 방과후 학원을 다니고 있으며, 학부모 10명 중 9명이 사교육비로 인해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초등학교 교장과 교사들로 구성된 한국방과후교육연구회(회장 오운홍 서울 면동초등교장)는 지난달 23, 24일 서울 등 전국 16개 시·도의 30개 초등학교 학부모 2,544명을 대상으로 이메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방과후 교육방법을 묻는 질문에 학부모의 72.24%가 자녀를 학원에 보낸다고 답했다. 학교의 방과후 특기적성 교육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학생은 14.5%에 불과했다. 또 학부모의 86.7%가 자녀의 사교육비가 가정경제에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사교육비 경감 및 특기적성 교육을 위한 초등학교의 방과후 교육이 도입된 지 7년이 됐지만 사교육비 해소는커녕 학부모와 학생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학부모들이 경제적 부담에도 불구,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이유에 대해 ‘소수의 수준별 학급편성’, ‘개인의 학업관리’, ‘선행학습’ 등을 들고 있다. 이는 공교육이 학생의 학업관리를 충실하게 해주지 못해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으며, 자녀가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입시 등을 염두에 두고 사교육에 투자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 부모의 학력과 소득이 높고, 전문직에 종사할수록 자녀의 학원수강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월 소득 100만원 미만의 가정의 경우 39.1%가 학원에 다니는 반면 월 소득 500만원 이상의 가정은 86.1%가 학원에 다니고 있어 사교육에서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부모들은 학교의 방과후 교육에 자녀를 참가시키지 않는 이유로 ‘원하는 특기적성 교육이 없어서’라거나 ‘교과 관련 프로그램이 없어서’라고 말했으며, 방과후 교육에 국어 영어 수학 등 교과강좌 개설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회 오운홍 회장은 "초등학교의 방과후 교육이 예·체능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학부모들의 사교육 욕구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교과 관련 프로그램 등 수요자가 원하는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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