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이 됐던 이슈는 무엇일까. 올해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목표로 한 정부의 투기억제책과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경기 부양책에 시장이 요동쳤다. 부동산 시장의 틀을 크게 뒤흔들었던 굵직굵직한 정책들을 위주로 2004년 10대 부동산 시장 핫이슈를 살펴본다.●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
10월21일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부동산 시장은 큰 충격에 빠졌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행정수도 이전 호재로 유일하게 가격이 급등하며 활황세를 이어간 충청권 부동산 시장은 청약 인구 감소, 미분양 증가 등으로 시장이 급랭했다.
● 종합부동산세 신설
정부는 그 동안 주택의 경우 토지(종합토지세)와 건물(재산세)로 분리과세 하던 것을 내년 초부터 종합부동산세로 통합 과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종부세 대상이 되는 기준시가 9억원 이상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권은 올해보다 최고 1.5배까지 세금이 늘어나게 돼 부동산 부자들의 세금 부담이 커지게 됐다.
●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논란
재건축단지에 대해 늘어나는 용적률의 최대 25%까지 임대주택을 짓도록 하는 방안은 서울 등 수도권 일대 재건축 아파트의 거래를 모두 끊기게 할 만큼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일선 재건축 조합들의 반발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재건축에 대한 투자 심리를 가장 크게 위축시킨 규제책으로 꼽힌다.
● 주택거래신고제 실시
올 4월 서울 강남·송파·강동구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 4곳에 대해 처음 적용된 주택거래신고제는 아파트 시장을 하락세로 돌려놓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정부 대책으로 평가된다. 해당 지역은 과세표준 인상에 따라 취득·등록세가 종전에 비해 2.5배 이상 급등하면서 아파트값 폭등세를 꺾는 역할을 했다.
● 강남불패론 깨져
강남 불패 신화가 무너졌다.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시작된 강남 지역 집값 약세는 4월 주택거래신고제 실시 이후 본격화해 아직까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신설 등 강남 지역에 대한 규제의 고삐를 더욱 조일 방침이어서 강남 시장의 침체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 역전세난
전세가격 하락과 신규 입주 물량 증가로 임대차 기간이 만료됐는데도 전세금을 돌려 받지 못해 세입자와 집주인간 분쟁이 잇따른 한 해였다. 임차권 등기명령 건수가 크게 늘어나는 등 역세전난의 후유증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과 수도권 전셋값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입주 물량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많아 역전세난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 분양시장 한파
건설업체들이 "IMF 외환위기 때도 이보다는 나았다"고 할 정도로 분양시장이 어려웠다. 서울과 수도권의 분양권 전매가 거의 전 지역에 걸쳐 금지되면서 올 한해는 분양시장이 완전히 가라앉고 말았다. ‘깃발만 꽂아도 분양된다’던 서울 동시분양에서는 청약경쟁률 역대 최저기록 경신이 이어졌다. 인천 동시분양에서는 ‘청약률 제로’ 단지가 연거푸 나올 정도였다.
● 분양가 고공행진은 여전
분양시장의 침체에도 일부 건설사들은 평당 3,000만원대의 고가 아파트를 분양, 시장 침체를 무색케 하면서 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지만 일부 펜트하우스는 특정 계층의 수요가 뒷받침돼 적잖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 고속철 개통
올 4월 서울과 부산을 2시간30분에 잇는 고속철이 개통되면서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에 들어섰다. 고속철 개통은 신행정수도 이전 계획과 맞물려 충청권 부동산 시장을 한껏 달구는 기폭제 역할을 하며 지방 분양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 원가연동제 시행 예고
내년 3월부터 공공택지에 지어지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에 대해서는 택지비와 공사비, 설계감리비, 부대비 등이 모두 공개되는 원가연동제가 적용돼 분양가가 최대 30% 가량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원가연동제는 법 시행일 이후 사업 승인이 나는 아파트부터 적용되며, 내년 아파트 분양이 이뤄지는 경기 판교신도시를 비롯해 광명 소하지구와 하남 풍산지구 등의 택지지구에 적용될 예정이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 최고와 최저 기록들
올해 아파트 분양시장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투기억제책의 영향으로 지역 및 상품별로 두드러지게 양극화 현상을 보여주는 등 갖가지 기록들을 쏟아냈다. 다음은 부동산 금융포털 유니에셋이 뽑은 올해 분양시장의 최고와 최저 기록들.
● 평당 3,000만원 VS 650만원
올해 서울 지역 동시분양에 나온 아파트 중 분양권 가격이 가장 높았던 아파트는 서초구 반포동 ‘SK뷰’ 86평형 펜트하우스. 총 분양값이 26억1,489만원으로 평당 3,000만원을 넘어서면서 올해 가장 비싼 아파트로 기록됐다. 이에 비해 지난 9차 서울 지역 동시분양에 나온 강서구 화곡동 ‘명지 해드는 터’ 20~23평형의 분양가는 평당 650만~660만원으로 서울 시내 최저가를 기록했다.
● 60층 VS 5층
조망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초고층 아파트가 인기를 끌었다. 올해 분양된 가장 높은 건물은 이달 초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선보인 주상복합 ‘포스코 더센텀스타’로 최고 60층에 이른다. 이에 비해 6월 서울 5차 동시분양을 통해 분양된 도봉구 ‘도봉산 리베니움’은 5층으로, 올해 분양된 아파트 중 가장 낮았다.
● 8,934가구 VS 32가구
올해 7월 분양된 인천 구월동 ‘퍼스트시티’는 총 8,934가구로, 단일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 6차 동시분양에 나온 송파구 잠실주공3단지(3,696가구)도 큰 관심을 모았다. 지방에서는 부산 용호동에서 ‘오륙도 SK뷰’(3,000가구)가 분양됐다. 지난 11차 서울 지역 동시분양에 나온 송파구 가락동 동궁리치웰은 총 32가구로 올해 가장 작은 단지로 기록됐다.
전태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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