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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풀어보는 2004 패션문화 결산/‘변신과 진화’ 불황마저 유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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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풀어보는 2004 패션문화 결산/‘변신과 진화’ 불황마저 유혹하다

입력
2004.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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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그늘에도 2004년의 패션문화는 한층 다양해지고 성숙했다. 무엇보다 남성들의 패션욕구가 메트로섹슈얼이라는 이름으로 용암처럼 분출했다. 17대 국회의 개원과 함께 국회의원의 등원시 옷차림에 대한 격론이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했다. 주5일제 도입이 본격화하면서 아웃도어 시장이 급성장했으며 여성의 화장은 격식이 아니라 재미가 됐다. 불황속 미니스커트 바람은 추위보다 맹렬하게 여인의 다리를 휘감았다. 2004년 패션현장을 결산한다.◆ 남성, 패션에 눈뜨다- 메트로섹슈얼 열풍 = 2004년 가장 두드러진 패션현상은 여성이 아닌 남성에서 나왔다.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이다. 도시에 살면서 패션과 화장, 쇼핑 등 여성적 라이프스타일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남성을 뜻하는 용어. 올해 초 유럽광고대행사 유로RSCG가 75개국 마케팅담당자와 공동으로 선정한 ‘2004년 히트예상 트렌드’에서 1위에 꼽히며 시선을 집중시켰다. 국내서는 크리스찬 라크르와 옴므가 봄부터 영업을 시작하면서 화려한 색채와 꽃무늬 셔츠로 메트로섹슈얼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았고 조인성, 에릭, 비 등이 메트로섹슈얼족으로 부상했다. 남성용 미백화장품과 마스크팩이 인기상품으로 등장했으며 노타이족이 크게 늘었다. ‘멋 부리는 남자는 꼴불견’이라는 전통적 가치관은 이제 폐기처분됐다.

◆ 옷차림도 정치다- 공직자 패션 = 여대야소로 시작한 17대 국회는 ‘옷’이 가진 정치적 함의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유시민의원이 캐주얼 차림으로 등원인사를 하려다 저지되는 촌극을 벌이며 정치인의 옷입기를 ‘보수 vs 진보’를 가르는 잣대로 이슈화한 것이 1년전이었다. 이번은 사태가 더 심각했다. 열린우리당의 국회 신인들과 민노당의 노동자 농민 출신 의원 등 국회의원의 출신배경이 다양해지면서 국회는 개원전부터 과연 강기갑 의원은 수염에 한복차림을 고수할 것인가, 단병호의원의 점퍼차림은 용납될 것인가 등이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옷차림도 연일 언론에 오르내렸다. 기존의 여성 고위공직자 옷차림이 무성적인 반면 강 전장관은 화려한 색채와 액세서리 착용 등을 통해 오히려 여성성을 강조, 당당한 여성적 리더십을 표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명품피로증, 매스티지로 풀다 = 벤처열풍이 불던 2001년만해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도배한 여성에게 선망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2004년 그런 선망은 ‘쯧쯧’ 혀차는 소리로 변했다. 명품의 로고플레이와 과도하게 높은 가격정책에 염증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품질은 높되 가격은 비교적 저렴한 이른바 ‘매스티지(Mass+Prestige, 중저가 명품브랜드)’가 트렌드리더들을 급속히 흡수했다. 가방브랜드 코치, 여성복 바네사브루노와 오브제, 수제화 브랜드 수콤마보니 등이 대표적인 매스티지로 인기를 얻었다. 매스티지의 등장은 패션에도 프로슈머(프로페셔널 컨슈머. 현명한 소비자)가 뿌리내렸음을 엿보게 한다.

◆ 펀(Fun) 화장품- 화장은 놀이다 = 직 장여성이 맨 얼굴로 출근하는 것이 무례한 일로 치부되던 시절도 있었지만 2004년 여성들은 예의상 화장하지는 않았다. 미샤 페이스샵 등 초저가브랜드들이 10대후반,20대 초반 여성들에게 (돈 걱정없이)맘껏 바르고 그리는 재미를 선사하며 히트하자 라네즈걸 하드캔디 베네틴트 쁘띠쁘띠 등 비슷한 브랜드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공통점은 저렴하고 색조위주이며 화장품 케이스에 캐릭터를 사용하거나 퍼즐을 담아 재미를 강조하는 것.

◆ 추위에 강하다, 미니 열풍 = 불황기 대표상품으로 손꼽히는 미니스커트의 열기는 겨울에 더 뜨거웠다. 세계적인 캐주얼화 가속과 ‘몸짱’ 트렌드에 맞춰 미니스커트가 인기아이템으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부터였지만 올 겨울엔 특히 투박한 어그부츠의 인기와 맞물리면서 급부상했다. 이밖에도 올해 패션가에는 여름의 흰바지, 드라마'파리의 연인>에서 김정은이 히트시킨 볼레로, 속옷의 겉옷화 현상으로 주목받은 란제리룩 등 셀 수 없이 많은 유행상품을 낳았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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