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B(구 소련 국가보안위원회)가 유코스를 먹었다?러시아 국영 석유업체 로스네프트는 23일 유코스의 자회사 유간스크를 매입한 바이칼 파이낸스그룹의 지분 100%를 전격 인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가가 유코스의 주요 자산을 매입함으로써 국익을 보호하게 될 것"이라며 유코스의 국영화를 공식 발표했다. 로스네프트는 향후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생산업체인 가스프롬과 합병해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으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문제는 로스네프트 이사회 의장이 KGB 출신의 ‘실로비키(권력자)’인 이고르 세친(44)이라는 점이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같은 KGB 출신으로 크렘린의 절대적 지원을 받으며 유간스크 매각작업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실로비키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세친은 푸틴 대통령의 측근중의 측근으로 지난 7월 로스네프트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한 이래 러시아 석유산업의 실권자로 부상했다. 일부에선 블라디미르 유스티노프 검찰총장과 사돈관계인 그가 유코스의 거액 탈세사건 조사에서부터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전 유코스 사장의 체포계획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입김을 불어 넣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러시아 관측통들은 "세친은 제2인자로, 크렘린을 알기 위해선 그에 대해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유코스의 파산은 물론 러시아 에너지 산업에 대한 국가 장악력 강화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그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 같은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며 유코스의 장악을 KGB 출신 그룹, 나아가 푸틴 대통령에게로까지 연결시키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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