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관련한 책은 많으나 지도를 통해 종교를 탐구하겠다는 발상은 다소 의외다. 미국 종교학 회장을 역임한 니니안 스마트의 주도로 영국, 호주 등지의 대학에서 종교를 연구하는 12명의 학자들이 함께 쓴 이 책은 종교를 살피는 도구로 ‘지도’를 택했다. 240여 페이지에 달해 묵직하지만 어느 페이지를 넘겨도 흥미롭다. 힌두교 불교 그리스도교 유대교 등 각 지역종교의 역사와 현재가 210여개의 커다란 지도와 190여 컷의 자료사진과 함께 펼쳐진다.종교를 탐구하는데 왜 지도인가. 지도를 택한 이유에 대해 저자들은 세계화하고 있는 종교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탐구의 영역을 종적(縱的)시간의 영역에서 횡적(橫的)영역으로 확대한 것이다. 타 지역으로 이동이 잦아지면서 다양한 인종과 종교는 날이 갈수록 혼합을 거듭하고 있다. 그 무쌍한 변화를 지도를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 준다.
흥미로운 점은 뉴에이지 운동이나 신흥종교운동 같은 요즘 종교까지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는 점이다. 지도를 따라 가며 종교의 발생기, 전파루트, 종교적 유물과 유적지, 유입경로 등을 알아가다 보면 종교의 의미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뒤따른다. 수만 개에 달하는 지명과 인명, 전문용어를 꼼꼼하게 수정하느라 번역되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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