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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銀 인수자 발표 무기 연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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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銀 인수자 발표 무기 연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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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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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에 이어 세계 2위의 은행그룹 HSBC의 제일은행 인수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 경우 국내 은행들은 당장 내년부터 세계 1, 2위의 거대 다국적 금융그룹과 ‘진검승부’를 벌이게 돼 은행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초강력 태풍 ‘HSBC’ 상륙 임박 = 제일은행은 24일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고 입찰자인 HSBC와 영국계 스탠다드차터드은행에 인수가격 등 은행측 매각조건이 담긴 서류를 보냈다. 그러나 제일은행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탈은 최근 HSBC와의 협상을 거의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져 HSBC의 인수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HSBC의 제일은행 인수가 결정될 경우 국내 은행권에 한국씨티은행 출범에 버금가는 충격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국내 시중은행들은 글로벌 플레이어들과의 한판 영업전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비상대책 수립에 나섰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HSBC는 6월 현재 총자산 1조1,540억 달러(한화 1,211조원 상당), 올 상반기 세전 이익 102억5,100만 달러(한화 10조7,600억원 상당)를 기록한 세계 2위의 금융그룹. 1865년 홍콩과 중국 상하이에 처음 문을 연 이후 100여년 동안 성장을 거듭, 현재 유럽 미국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 76개국에 1만여개의 지점을 보유 중이다. 국내에는 1982년 부산지점, 84년 서울지점 등 8개 영업점을 갖추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씨티그룹 하나만 해도 버거운 상대인데 HSBC까지 들어오면 기존 은행들의 위기감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당장 큰 타격은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국내 은행들의 시장점유율 저하 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우려했다.

◆ 파장 만만치 않을 듯 = HSBC의 장점은 역시 선진 금융기법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상품과 광범위한 국제적 네트워크다. 실제 HSBC는 국내에서 소규모 영업을 하면서도 은행권 최초로 주택담보대출 근저당권 설정비를 면제했고, ‘차이나펀드’를 처음 개발했다. HSBC가 한국씨티은행과 함께 첨단 금융상품으로 국내 소매시장을 공략할 경우 고객 흡수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계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해외 지점망 역시 다양한 해외 정보와 투자상품 소개를 통해 국내 고객의 눈길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파장은 이미 감지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은 HSBC의 제일은행 인수를 기정사실화하고 조직개편과 인사 등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HSBC의 본격 상륙은 신한·조흥은행의 합병과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하나은행의 지주사 전환 작업도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 발표 연기 막판 변수 = 제일은행은 당초 이날로 예정된 인수자 발표를 다음주 이후로 무기 연기해 의구심을 낳고 있다. HSBC는 지난해에도 제일은행 인수 협상을 벌였다가 성사에 이르지 못한 탓인지, 이번 인수전 초반부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미은행 인수전에서 라이벌 씨티은행에 고배를 마신 HSBC로서는 제일은행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 인수가격도 뉴브리지가 만족할만한 주당 1만5,000원 정도(총 3조원)에서 절충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발표가 갑자기 연기되자 갖가지 억측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뉴브리지와 HSBC간 협상이 이미 종료됐다는 게 정설이지만, 돌발 변수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며 "스탠다드차터드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막판에 적극적으로 나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종 인수자가 결정돼도 본계약 체결 한달 전 예금보험공사에 통보해야 하는 조항과 실무준비에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경영권 행사는 내년 3, 4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 은행마다 전열 정비 가속/ "사활건 영업戰 불가피" 조직개편·인사 분주

한국씨티은행 출범에 이어 HSBC의 제일은행 인수가 가시화하면서 국내 시중은행들이 조직 개편 등 ‘하드웨어’ 구축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거대 다국적 은행의 공격에 맞서 영업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조직이나 인사 등의 큰 틀을 먼저 잡아두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강정원 행장 취임과 함께 자금시장그룹 여신관리그룹 개인영업지원그룹 등 3개 그룹을 신설하고 재무·전략·HR(인력담당)을 전략그룹과 재무관리그룹, 인력관리그룹 등 3개로 나누는 등 9개 그룹을 15개 그룹으로 확대했다. 개인영업부도 1, 2부로 분리했다.

우리은행도 개인여신 중소기업여신 기업여신 등 3개 팀을 여신심사센터로 통합, 승격하는 한편 영업력 강화를 위해 개인영업추진팀 파생금융팀 등 9개 팀을 신설했다. 규모는 확대하되 핵심 전략에 맞게 세분화하고 효율성 극대화가 가능하도록 조직을 재구성한 것이다.

부행장 등 임원 숫자도 대폭 늘어났다. 신한금융지주는 전날 단행한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임원 인사에서 각 은행의 부행장 숫자를 한명씩 늘렸다. 신한은행은 부행장 4명이 신규 임용되고 기존 3명이 신한지주로 옮기거나 퇴임하면서 부행장이 8명에서 9명으로 늘어났다. 조흥은행도 3명이 선임되고 2명이 퇴임, 9명이던 부행장이 10명으로 증가했다.

국민은행도 조직 개편과 함께 외국계 은행 출신 등 외부 인사 5명을 영입하면서 9명이던 부행장을 15명으로 대폭 늘렸다. 임원 수 확대는 조직 재편과 함께 자연스럽게 이뤄진 측면이 있지만, 그만큼 공격 경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은행대전 및 신BIS(국제결제은행)협약에 대비한 신용평가시스템 개발도 활기를 띄고 있다. 국민은행은 9월 개인고객의 신용대출에 대한 신용평가시스템을 만든 데 이어, 내년 2월까지 담보대출에 대한 신용평가시스템도 개발할 예정이다.

조흥은행도 신한은행과 함께 새 시스템의 평가모델을 규모와 업종에 따라 9개로 나누고 신용등급도 현재 10개에서 20개로 세분화하기로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에는 경기 침체 속에 세계적인 은행들과 사활을 건 한판 영업전쟁이 불가피하다"며 "은행들이 상품이나 영업력 등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구동하기 위해 먼저 조직과 인사 등 탄탄한 하드웨어 구축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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