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발표된 정부의 탈북자 대책은 중국과 외교적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기획 탈북을 막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골자는 기획 탈북을 주도하는 브로커들을 강도 높게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내 외국 공관을 사다리로 넘는 떠들썩한 기획 탈북이 다수 탈북자들의 국내 입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정부는 우선적으로 탈북자 출신 브로커들의 출국을 금지시켰고 수사선상에 상당수 브로커들을 올려놓았다.
또 브로커들이 군침을 흘리는 탈북자 초기 정착금도 크게 낮췄다. 올해 입국한 탈북자 1,866명중 83%가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지급했고 이들의 평균 지급액이 400만원(총 60억원)이었다. 정착금의 축소 조치는 브로커 활동을 위축시킬 전망이다. 대신 취업 및 자립 단계별로 장려금을 지급하고 민간과 지방자치 단체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이 도입됐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입국 탈북자의 20%만이 기획 탈북을 통했고, 나머지는 조용히 한국공관에 들어와 은밀한 협조 속에 국내로 들어왔다"며 "다수 탈북자들을 위해서라도 브로커들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점사항은 조선족이 탈북자로 위장하거나 탈북자가 조선족으로 위장하는 경우를 색출하고, 간첩 등 미심쩍은 탈북자들을 단속하는데 있다.
표본조사 결과 올해 입국한 탈북자 중 10.7%가 범법 전력이 있었으며 신분을 위장한 탈북자 및 조선족도 40명에 달했다. 또 북한에서 간첩교육을 받은 탈북자도 적발되는 등 안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우려를 제거하기 위해 재외공관의 사전심사제를 강화하는 조치가 마련됐다.
그러나 여전히 기획탈북의 유효성을 고수하는 여론이 있고 ‘조용한 탈북’의 통로를 넓혀놓지 않은 채 기획 탈북 만을 단속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한 당국자는 "이번 조치를 중국의 협조 하에 이뤄지는 ‘조용한’ 탈북을 넓히려는 사전 조치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우리측의 대처에 대해 중국측이 호응할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기획 탈북이라는 이벤트를 거치지 않고도 순조롭게 국내로 입국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의 협조가 관건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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