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고 보면 일출, 일몰만큼 흔한 자연현상도 없습니다. 지금 이순간 지구의 어느 지역에서는 일출이, 또 다른 곳에서는 일몰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은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어김없이 반복됩니다. 지구의 공전과정에서 발생하는 너무도 평범한 일상입니다.하지만 일출, 일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전혀 다른 모습이 보입니다. 왜일까요.
일출, 일몰은 한 편의 드라마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태양이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틀림없지만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조연들의 역할입니다. 우선 주변의 지형지물이 있습니다. 서해안 안면도 꽃지해안의 낙조는 할미·할아비바위와 함께 해야 제 맛이 납니다. 동해의 추암일출도 촛대바위를 배경으로 넣지 않으면 감동의 크기는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포항의 호미곶도 2000년 1월 세워진 ‘상생의 손’이 있기에 더욱 진가를 발휘합니다. 바다에 우뚝 솟아있는 등대도 좋은 배경이 됩니다.
장소가 바다이니 여기에 배가 더해지면 좋겠습니다. 고기를 가득 실은 만선이 지납니다. 고기가 많으니 갈매기도 따라 옵니다. 이제는 구름과 해무 등 자연현상차례입니다. 구름이 하늘을 잔뜩 가려버리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집니다. 구름이 너무 없으면 오히려 밋밋한 느낌이 듭니다. 해를 가리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구름이라면 아름다운 일출, 일몰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해무는 오메가현상과 큰 관련이 있습니다. 해수면에 해무가 없다면 거대한 태양이 장엄하게 바다로 떨어지기는 하겠지만 일몰, 일출의 최고봉이라는 오메가를 만들어내지는 못하기 때문이죠. 많은 소품은 아니지만 멋진 일출, 일몰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것들입니다.
이번 여행은 너무나도 운이 좋았습니다. 오메가를 볼 수 있었거든요. 사시사철 일출, 일몰을 쫓아다니는 사진작가도 일년에 한두번 겨우 볼 수 있다는 오메가이니까요. 너무도 황홀한 경험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유난히 힘든 한 해였습니다. 다행이 붉은 바다속으로 사라지는 태양속에 안 좋았던 기억을 모두 털어낼 수 있었습니다. 내년은 올해보다는 훨씬 나은 삶을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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