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최근 10여명의 공기업 사장 등에 대한 인사관찰 자료를 관련 부처에 통보, 문제가 있는 인사들에 대해 임기와 관계없이 경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공기업 및 정부 산하기관에 대대적인 인사태풍이 예상된다. 박정규 청와대 민정수석은 22일 "무난한 실적 등을 보이는 경우에는 임기를 보장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문제가 많은 인사들에 대해서까지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혀 물갈이 폭이 커질 가능성을 시사했다.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도 올해 3월 케이블TV에 출연, "올해 안에 임기가 도래하는 30~40명 가운데 ‘그냥 열심히 하셨다’는 경우라면 새로운 사람을 뽑을 생각"이라고 밝혔지만 탄핵정국에 휘말려 공기업 물갈이 인사가 유보돼왔다. 하지만 내년 집권 3년차를 앞두고 정부혁신의 연장선상에서 공기업과 정부 산하기관의 분위기 쇄신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 물갈이 폭과 기준 = 개인 비리와 주변문제 등이 심각하거나 경영실적이 크게 저조한 것으로 드러난 인사뿐 아니라 혁신 마인드에 문제점이 있는 인사들의 경우도 경질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 인사 관찰 자료에는 개인 비리 혐의, 경영 실적 부진, 조직 통솔 문제 뿐만 아니라 혁신 의지 부족 등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수석이 "적절한 인사를 통해 내부혁신 분위기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며 이를 위해 각 부처가 그에 맞는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 수석은 올 봄에 공기업 기관장을 평가해 형사적·법률적·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양’, ‘가’는 물론, 과거 같으면 임기를 채웠을 ‘미’도 경질 대상에 넣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임기가 임박했거나 문제가 있는 공기업 기관장은 물론 뚜렷한 경영실적 없이 ‘현상 유지’만 해온 CEO도 임기와 상관 없이 교체 가능성이 높아졌다. 관가 주변에서는 이번에 통보된 10여명과 내년 초에 임기 만료되는 기관장을 포함해 총 30명 안팎의 기관장이 교체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누가 대상인가 = 문제가 있어 인사관찰 자료가 통보된 10여명의 명단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기관장들을 중심으로 교체 대상자가 거론되고 있다. 우선 당장 연말에 임기가 만료되는 예금보험공사 이인원 사장의 후임은 이미 공모절차를 거쳐 3명의 후보가 추천된 상태다.
내년 상반기 중 임기가 만료되는 이연택 대한체육회 회장(2월), 김용달 한국산업안전공단 이사장(3월), 강윤관 산업기술시험원장(3월), 김종희 교통안전공단 이사장(5월), 이향렬 부산교통공단 이사장(5월), 박봉수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5월), 장석준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6월), 배영식 신용보증기금 이사장(6월) 등도 줄줄이 교체될 전망이다. 하지만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후한 점수를 얻고 있는 신보 배 이사장 등은 임기만료 전에 교체될 가능성이 적다.
올해 새로 임명된 한행수 대한주택공사 사장과 김재현 토지공사 사장, 장동규 한국감정원 원장, 올해 임기 만료됐지만 경영실적이 좋아 유임된 오영교 코트라 사장과 고석구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등도 교체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2005년 8월 임기가 끝나는 이종인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산하기관 경영 혁신부문 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업무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뤘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임기를 다 채운 전례가 없어 교체설도 나오고 있다.
임기가 내년 2월인 이연택 대한체육회 회장은 아테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 유임설이 점쳐지고 있지만 고령(68세)인데다 체육계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젊고 추진력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김혁기자 hyukk@hk.co.kr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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