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벼랑끝까지 갔다가 회생에 성공한 기업들은 ‘외부 최고경영자(CEO) 영입’과 ‘극한적 구조조정’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삼성경제연구소는 22일 회생에 성공한 국내외 기업 사례를 분석한 ‘기업 회생의 경영학’ 보고서에서 "기업 회생의 성패는 CEO 교체와 구조조정에 달려있지만, CEO를 외부에서 수혈하고 구조조정도 극한적 형태로 추진하지 않는다면 회생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내부에서 새 CEO를 발탁할 경우 ‘인맥’과 ‘안면’이 혁신의 장애가 될 수 밖에 없고, 몰아치기식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면 이내 ‘변화의 창문’이 닫히고 ‘현상 유지론’이 승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연구소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벽산과 롯데건설을 꼽았다. 벽산은 과도한 차입경영으로 부도위기에 직면, 1998년 워크아웃 대상에 선정됐다. 그러나 삼성물산 출신의 김재우 사장이 영입된 뒤 공장, 지점 사옥, 사원아파트 등 팔 수 있는 건 모두 팔았고, 석고보드 사업도 매각해 7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97년 917명이던 직원을 2001년 417명으로 줄였고, 매출의 80%가 상위 10% 거래처에서 발생할 만큼 거래처도 과감히 정리했다. 그 결과 벽산은 2002년 10월 워크아웃을 탈출했다.
400%가 넘는 부채비율과 아파트사업 부진으로 고전하던 롯데건설은 98년 롯데물산 사장이던 임승남 전 사장(현 우림건설 회장)이 취임하면서 달라졌다. 임 전 사장은 내부 반대에도 불구, 99년 서초동 ‘롯데캐슬84’의 평당 분양가를 1,000만원으로 책정했다. 당시 주택경기 위축상황을 감안할 때 이는 파격적 결정이었지만 결과는 100% 분양 완료였다. 이 회사는 99년 업계 17위에서 지난해 8위로 상승했다.
연구소는 또 부실 징후 기업의 구조조정은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생존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94년 스코트제지의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앨 던랩은 23만평 규모의 본사를 9,000평으로 축소했다. 87년 유럽의 엔지니어링 회사인 ABB의 CEO에 오른 퍼시 바네빅은 2,000명의 본사 인력을 취임 3년 만에 170명으로 줄이는 등 파격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창수 수석연구원은 "회생에 성공한 기업들은 극한적 형태의 구조조정을 감내했다"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기업들도 이제 제2의 구조조정 국면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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