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배관을 타고 고층 아파트를 오르내리며 강·절도 행각을 벌여 온 ‘스파이더맨’이 경찰에 붙잡혔다.대전 둔산경찰서는 22일 아파트 외벽의 가스배관을 타고 부유층 집에 들어가 귀금속과 골동품 등을 훔친 혐의(특수강도 등)로 장모(37)씨와 김모(27)씨를 구속했다. 또 이들로부터 훔친 금품을 팔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 장물을 보관해 온 혐의로 임모(43)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절도 등 전과 11범인 장씨는 지난달 25일 대전에서 범행 대상을 찾던 중 유성구 장대동 모 아파트 주변에서 김모(40·여)씨가 운전하는 벤츠 승용차를 발견, 아파트 지하주차장까지 미행해 승용차에 붙어 있는 스티커를 통해 주소를 알아냈다.
장씨는 다음날 오전 4시15분께 공범 김씨가 망을 보는 가운데 검은색 트레이닝복과 운동화 차림에 장갑을 낀 채 아파트 가스배관을 타고 오르기 시작, 불과 5분만에 19층 김씨 집 주방 창문으로 침입했다. 장씨는 미리 준비한 테이프로 혼자 잠을 자고 있던 김씨를 묶은 뒤 공범 김씨를 집으로 불러들여 고려청자 3점과 고서화 70점, 귀금속 등 8억5,000만원(피해자 주장) 상당의 금품을 훔쳐 달아났다.
경찰 조사결과 장씨는 7월6일 새벽에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모 아파트의 가스배관을 타고 1시간만에 6, 8, 9층 세 집을 터는 등 올 들어서만 20여차례에 걸쳐 이같은 수법으로 9억8,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것으로 밝혀졌다.
장씨는 앞서 1998년 서울의 한 아파트 23층까지 가스배관을 타고 침입하는 등 20여차례의 범행을 저지르다 검거돼 징역 4년과 감호처분 2년을 받고 올 4월 청송감호소에서 출소했다.
장씨는 키 167cm, 몸무게 60kg 정도의 호리호리한 체격으로, 경찰 조사결과 민첩하게 가스배관을 타고 오르내리기 위해 평소 지속적인 운동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는 서울 강남 지역을 비롯해 대구 부산 등 전국을 돌며 부유층 아파트와 빌라만 털었다. 장씨는 경비원에게 발각될 경우 형사를 사칭하기 위해 위조한 경찰신분증과 수갑, 가스총 등을 가지고 다녔고 신원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외국인 명의 대포폰 20여개와 렌터카를 이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급아파트의 경우 경비원, 출입문 카드장치, CCTV 등 보안에 신경을 많이 쓰지만 피해자들이 환기 때문에 정작 주방쪽 창문은 잠그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가스배관을 타고 침입하는 데 무방비였다"고 말했다.
대전=전성우기자 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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