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슈뢰더(60·사진) 독일 총리의 외교 실용주의가 눈길을 끌고있다.슈뢰더 총리는 취임 후 5년동안 ‘외교 담당총리’를 자임하며 모든 역량을 세일즈 외교에 쏟아 붓는 양상을 보여왔다. 이 기간 그의 외국방문은 148회에 이른다.
22일 독일 베를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맞은 그는 또 한번 굵직한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양국은 러시아와 중·동구를 연결하는 여객과 화물운송 협약을 체결하고, 공동기업을 설립키로 했다.
특히 독일의 대표기업 지멘스는 러시아철도청에 초고속 열차 60량(15억 유로 상당·약 2조70억원)을 공급키로 하고 추가로 90량을 납품하는 옵션마저 따냈다. 이외에도 독일은 러시아가 구 소련 당시 빚졌던 파리클럽 채무를 조기 상환한다는 약속까지 이끌어냈다. 장기 경기침체와 높은 실업률,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독일에겐 크리스마스 선물과도 같은 것이다.
이 같은 성과는 슈뢰더 총리의 집요한 세일즈 외교의 결과이기도 하다. 슈뢰더 총리는 이번 협상을 위해 그동안 11차례 러시아를 방문했고, 푸틴 대통령과 22번이나 만났다.
그의 노력은 중국에서도 빛을 발한 바 있다. 그는 지난 6일 100명의 기업인들을 이끌고 통산 6번째로 중국을 방문, 중·장거리용 항공기 22대(10억 유로 상당)를 판매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독일 내부에서는 슈뢰더식 세일즈 외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성과는 슈뢰더의 비겁한 ‘침묵외교’의 대가일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슈뢰더 총리는 러시아가 대 테러전을 빌미로 체첸 분리 독립을 무력 탄압하는 것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또 그는 최근 비민주적 행태를 보여 비판받고 있는 푸틴 대통령을 "진정한 민주주의자"라고 옹호했다.
여기에 인권 및 소수민족 보호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는데도 톈안먼(天安門) 사태이후 유럽연합(EU)이 취한 대중국 무기 금수조치를 풀기위해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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