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짜리가 아버지와 형들이 읽는 한국문학전집을 읽다가 유주현 선생의 ‘6인 공화국’ 속에서 "차아식들! 저 짓에도 지치면 이제 뭘 할 텐가. 발광이거나 섹스겠지. 섹스는 간통 아니면 흥미 없을 테고."라는 인상적인 대화를 배웠다.섹스와 간통이 뭐냐고 물어도 아버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야기의 앞뒤 맥락으로 볼 때, 섹스와 간통은 서로 사납게 싸운 다음이거나 군대식으로 행진을 한 다음 그것을 마무리하기 위해 벌이는 일 같았다. 그렇다면 그것 또한 제법 심드렁하면서도 멋진 일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부터 이 열한 살짜리 산골소년은 동네아이들이 싸움을 하면 멀찌감치에서 지켜보다가 혼자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차아식들! 저 짓에도 지치면 이제 뭘 할텐가. 발광이거나 섹스겠지." 동네 개가 싸우는 걸 보면서도 그렇게 말했고, 체육시간 예쁜 여선생님이 앞에서 "하나 둘" 구령을 붙이면 일학년 아이들이 "셋 넷"하고 따라 구령을 붙이며 운동장을 도는 모습을 보고도 그렇게 말했다. 뜻은 아직 모르지만 그 멋진 말을 써먹을 기회를 그야말로 호시탐탐 노렸던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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