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어린 날의 독서 일기(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어린 날의 독서 일기(하)

입력
2004.12.23 00:00
0 0

초등학교 5학년짜리가 아버지와 형들이 읽는 한국문학전집을 읽다가 유주현 선생의 ‘6인 공화국’ 속에서 "차아식들! 저 짓에도 지치면 이제 뭘 할 텐가. 발광이거나 섹스겠지. 섹스는 간통 아니면 흥미 없을 테고."라는 인상적인 대화를 배웠다.섹스와 간통이 뭐냐고 물어도 아버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야기의 앞뒤 맥락으로 볼 때, 섹스와 간통은 서로 사납게 싸운 다음이거나 군대식으로 행진을 한 다음 그것을 마무리하기 위해 벌이는 일 같았다. 그렇다면 그것 또한 제법 심드렁하면서도 멋진 일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부터 이 열한 살짜리 산골소년은 동네아이들이 싸움을 하면 멀찌감치에서 지켜보다가 혼자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차아식들! 저 짓에도 지치면 이제 뭘 할텐가. 발광이거나 섹스겠지." 동네 개가 싸우는 걸 보면서도 그렇게 말했고, 체육시간 예쁜 여선생님이 앞에서 "하나 둘" 구령을 붙이면 일학년 아이들이 "셋 넷"하고 따라 구령을 붙이며 운동장을 도는 모습을 보고도 그렇게 말했다. 뜻은 아직 모르지만 그 멋진 말을 써먹을 기회를 그야말로 호시탐탐 노렸던 것이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