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이라크 북부 모술 미군 기지에 대한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야심찬 집권 2기 구상이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이날 점심 시간 모술 미군기지에 설치된 텐트식 식당에 강력한 폭발물이 터져 19명의 미군 등 최소한 24명이 숨지고 57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미국 언론들이 미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지난해 3월 23일 미군의 이라크 공격 당시 미군 29명이 숨진 이래 1일 최대 규모의 미군 사망 소식을 접한 미국은 온통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의 방송들은 긴급 뉴스로 속보를 전하면서 이번 사태가 이라크 총선과 부시 정부 2기 정책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분석을 쏟아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워싱턴 인근의 월터 리?육군병원에서 이라크 전 부상자들을 위로하면서 "나는 이라크 땅에 민주주의가 정착될 것을 확신한다"며 내년 1월 30일의 총선은 예정대로 실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미군 기지 내에서조차 군인들의 안전도 확보하지 못하면서 미국이 어떻게 투표장으로 향하는 이라크인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겠는가"고 반문,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일부 분석가들은 권력의 주변부로 밀려날 위기감을 느끼는 수니파들이 총선을 계기로 미군과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한층 강화하거나 내전을 촉발을 가능성이 있어 이라크 정세는 더욱 불안정해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미군의 이라크 안정화 전략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짐으로써 부시 대통령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이라크에서 민주화 과정이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과시한 뒤엔 국정 아젠다를 국내 문제쪽으로 돌리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미국인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문제인 사회보장제도와 세제 개혁 등을 2기 시작과 함께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최근 저항세력의 공세 강화로 총선 이후 이라크의 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고 부시 대통령은 국내 문제에 전력할 추진력을 확보하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 "美軍기지 조준하라" / 저항세력, 고급 정보 활용 공격 본격화
이라크 총선을 한달 여 앞둔 가운데 미군 기지가 저항세력의 주요 공격 목표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라크 저항세력은 21일 이라크 북부 도시 모술에 있는 미군 기지를 상대로 박격포 공격을 가해 수십 명의 미군 사상자를 내는 피해를 입혔다.
지난해 3월 미군의 이라크 침공 이후 저항세력의 미군에 대한 단일공격으로는 규모가 가장 큰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병사들이 기지 내에서 보호장비를 갖추지 않고 생활하기 때문에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총선을 방해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저항세력들은 최근 전략을 대폭 수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라크 국내보다는 국외에서 미군 기지에 대한 고급 정보를 획득해 공격하는 것이다.
7월 8일 바그다드 북쪽 사마라의 미군 기지에 박격포탄을 퍼부어 미군 5명을 숨지게 한 테러공격도 이 같은 전략의 일부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저항세력은 그 동안 미군 기지를 본격적인 공격 목표로 삼지는 않았다. 어설프게 공격해 오히려 피해만 입었기 때문에 주로 미군이 이동하는 도로에 지뢰를 매설하는 등 소극적인 공격만 해왔을 뿐이다.
그러나 최근 외부 테러조직이 이라크에 대거 들어오면서 미군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1일 "미군기지가 저항세력을 끌어 모으는 ‘자석’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제 미군들은 기지를 지키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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