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부문의 부채규모가 사상 처음 500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빚이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쪽은 정부 부문으로 1년새 41%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4분기 자금순환 동향(잠정)’에 따르면 9월말 현재 가계와 영세 사업자, 민간 비영리단체를 포함한 개인 부문의 부채잔액은 501조9,000억원으로 전분기말(6월말)에 비해 9조9,000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금융부채보다 금융자산이 더 빠르게 늘어 개인들의 전반적 부채상환능력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배율은 6월말 2.07배에서 9월말엔 2.08배로 0.01포인트 개선됐다. 이 배율은 높아질수록 부채상환능력이 나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2001년까지 2.40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고 카드 빚 등이 남발되면서 급격히 하락, 지난해에는 2.06배까지 추락했다. 현재 배율 자체가 더 떨어지지 않고 있어 개인 부채상환능력은 일단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부채에 대한 금융자산 배율은 미국(3.43) 일본(4.11)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어서 우리나라 개인들의 부채수준은 자산능력에 비해 여전히 과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가 문제다. 기업은 투자마인드가 얼어붙어 차입이 사실상 중단되는 바람에 부채가 1년새 고작 2.1% 증가에 그쳤다. 개인부문 빚은 6.1% 늘어났다. 그러나 정부부문 부채는 외환시장개입을 위한 외평채 발행증가 등 영향으로 1년간 무려 41.1%나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올 3·4분기만 해도 기업과 개인부채는 각각 0.6%, 2.0% 불어난 반면 정부부채는 7.7%나 급팽창했다.
내년엔 ‘뉴딜’ 정책추진 등으로 적자재정편성까지 예고된 상태여서 정부 빚은 추가확대가 불가피하다. 정부부문 부채는 3·4분기말 현재 144조6,000억원으로 절대규모는 심각한 수준이 아니지만 늘어나는 속도가 워낙 빨라 재정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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