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미국과 일본의 신안보선언 추진은 미일안보조약의 틀을 넘어설 가능성이 큰 주일미군 재편을 위해 새 전략합의를 작성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주한미군의 역할변경으로 이어지고, 중국 등의 반발 및 대응조치를 낳을 것이 분명하다. 동북아지역의 군사지형이 새해부터 바뀌는 것이다.미국은 해외주둔 미군을 주둔국 방어에 묶어두지 않고 전 세계 분쟁지역에 신속 대응하는 기동군으로 전환하는 재편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이 계획에서 일본은 전력 투사(投射)의 근거지인 ‘전략전개거점(PPH)’ 지위로 규정돼 있다.
이 계획에선 미 본토 워싱턴주 포트루이스에 있는 육군제1군단 사령부를 주일미육군사령부가 있는 가나가와(神奈川)현 자마(座間)기지로 이전하는 것이 핵심이다. 1군단 사령부는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 주력인 제2보병사단의 증원부대 파견을 담당하는 등 관할권이 태평양에서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에 미친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1군단사령부 일본 이전 후 장기적으로 주한미군 사령부가 폐지되고 주일미군 관할 하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더욱이 미국측은 한반도에서 동남아시아, 중동, 북아프리카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을 ‘불안정한 활’ 지역이라고 부르며 하나의 활동범위로 간주하고 있다. 주일미군이 대만은 물론, 이라크에서 활동대상으로 삼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이는 주일미군 주둔 목적을 "일본 및 극동의 평화와 안전 유지"로 규정한 미일안보조약의 이른바 ‘극동조항’의 취지를 벗어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극동’을 필리핀 이북과 일본, 한국, 대만으로 해석하는 내부 견해를 유지해왔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 내에도 ‘극동조항’을 "엄격히 축소 해석해야 한다"는 ‘조약파’와 "주둔목적 규정일 뿐 활동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는 ‘동맹파’간의 견해차가 남아있었다.
일본이 ▦아·태지역 위기 공동대처▦자위대의 국제공헌▦주일미군과 자위대의 협력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신안보선언을 채택키로 한 것은 사실상 주일미군의 기동군화와 활동범위 확대를 수용한다는 의사표시이다. 1996년 미일안보공동선언을 업그레이드한 신안보선언 채택으로 논란을 부를 안보조약 개정은 피하고 주일미군 재편을 마무리 짓겠다는 복안이다.
남는 문제는 미국이 주둔미군의 기동군화에 머물지 않고 해상자위대 이지스함의 인도양 파견, 육상자위대 이라크 파병, 한국군 전투부대 이라크 파병 등에서 나타나듯 동맹국에 병력 차출까지 요구한다는 점이다.
일본 야당들은 "선제공격을 주저하지 않는 미군에 동행하는 자위대 해외파병으로 오히려 일본의 안보가 위험해질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주일미군 재편 교섭이 속도를 내면 소강상태인 주한미군 재편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재해석 논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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