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발랄한 상황 설정에 젊은 배우들을 세트로 끼워 파는, ‘낭랑 18세’ ‘백설공주’로 이어지는 KBS 월화 미니시리즈 전략은 새해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2005년 1월 3일 첫 선을 보일 16부작 ‘쾌걸 춘향’(극본 홍정은·홍미란, 연출 전기상)도 마찬가지. 21세기 춘향전인 ‘쾌걸 춘향’에서 춘향(한채영)은 밤무대 가수인 월매의 다혈질 딸로 이몽룡(재희)은 남원 경찰 서장의 사고뭉치 아들로 변학도(엄태웅)는 능력 있는 연예 기획사 사장으로 각각 탈바꿈 했다.KBS 월화 미니시리즈의 틈새 전략이 다시 한 번 성공하느냐 하는 게 ‘쾌걸 춘향’의 감상 포인트. 여기에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 등 4개의 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빈집’에서 우울하고 공허한 눈빛을 보여준 재희(24)의 변신도 볼거리다. "이번 역할은 굉장히 즉흥적이고 급하지만 마음이 여리고 따뜻한 구석이 있는 신세대 이몽룡이에요. 영화 ‘빈집’으로 제 성격이 어둡고 말이 없는, 양지보다는 음지에 가까운 걸로 비춰졌는데,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최근에야 영화 ‘빈집’을 통해 이름을 알렸으되 알고 보면 그의 경력은 녹록치 않다. "고등학교 1학년 그러니까 1996년부터 엑스트라로 연기 시작했어요. 맨 날 수업 빼먹고 엑스트라나 하니까 찍혔죠. 촬영 늦게 끝나고 차 끊기면 돈 없어서 노숙할 때도 많았고."
그 뒤 ‘학교2’와 영화 ‘해변으로 가다’로 이름을 알렸지만 2년간의 공백기가 찾아왔다. "쉬는 동안 계속 연기 생활 하려면 저 자신의 마인드에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조급하고 딱딱한 성격 바꾸려고 했죠." 그런 그는 ‘빈집’을 통해 출구를 찾았을 뿐더러 새로운 이름까지 얻었다. "제 본명이 원래 이현균인데 ‘빈집’ 촬영 때부터 재희란 이름 썼어요. 원래 뜻은 없었는데 베니스 영화제에 참가한 대만·홍콩 바이어들이 묻길래 그냥 우물 거리다 ‘있을 재에 기쁠 희’라고 말했어요." ‘쾌걸 춘향’은 재희의 연기 인생에 그 이름처럼 기쁨이 깃들 수 있을 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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