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반 문화유적 답사의 안내자 노릇을 자처하며 돌베개 출판사에서 낸 ‘답사여행의 길잡이’(사진) 시리즈가 11년만에 15권으로 완간됐다. 전국 문화권별 답사정보를 담고 있는 이 시리즈는 93년 유홍준 현 문화재청장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이후 열병처럼 일어난 문화유적 답사붐의 시대를 증거하는 출판물이기도 하다.유 청장이 대표인 한국문화유산답사회 회원들이 글을 쓰고, 사진까지 찍어 엮은 시리즈는 ‘전북’ 편을 시작으로 ‘경주’ ‘동해·설악’ ‘충남’ ‘지리산 자락’ ‘경기남부와 남한강’ ‘한려수도와 제주도’ 등으로 해마다 1권씩 이어졌다. 마지막 권 ‘서울’ 편은 암사동 석촌동 등의 선사유적부터 경복궁 창덕궁 독립문 정동교회 등 조선과 근대 유적까지 담았다.
이 시리즈는 각 권을 3개 부로 나누었고, 부마다 비슷한 주제의 몇 개 답사길을 수록해 모두 5~12개 길 중 여행지를 고르도록 했다. 각 부나 답사길마다 개관을 실었고, 본문에는 답사지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기초지식, 전설, 인물에 얽힌 이야기, 그림, 사진 등을 다양하게 수록했다. 문화유산 정보뿐 아니라 찾아가는 길을 상세지도로 안내했고 잠자리나 먹거리, 여행지별 기차나 버스 시간표 등 기본적인 여행정보도 충실하다. 지금까지 모두 40만 부 가량 팔렸는데 초창기 나온 제2권 ‘경주’ 편이 개정판 14쇄를 찍어 제일 인기가 좋았다.
책의 출발은 20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재야’ 신세이던 유 청장은 85, 86년 우리마당(서울 신촌), 그림마당 민(인사동) 등에서 ‘젊은이들을 위한 한국미술사’ 강의를 열었고, 이 강의를 들은 사람 중심으로 ‘현장보충학습’ 차원에서 답사여행이 이어졌다. 89년께 ‘한국문화유산답사회’가 탄생했는데, 시리즈를 세부 기획한 김효형 눌와출판사 대표와 집필자로 참여한 박종분 김희균 목수현씨, 사진을 맡은 김성철씨 등이 모두 발기자들이다.
회원이 크게 늘어난 것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인기를 얻은 뒤부터. 김효형씨는 "이때부터 매달 한차례 정도 많을 때는 버스 2대 인원으로 유 청장의 안내를 받으며 전국을 답사했다"고 말했다. 유 청장이 영남대에서 명지대로 학교를 옮기고, 또 최근 문화재청장이 돼 바빠지면서 답사회의 유적 탐방은 몇 년째 쉬고 있지만 이번 시리즈 완간을 기념해 2월 초에는 유 청장의 인솔로 오랜만에 서울 문화유적을 답사할 계획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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