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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이야기책 준비하는 백기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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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이야기책 준비하는 백기완씨

입력
2004.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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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머니와 자식 관계는 너무나 잘못돼 있어요. 내 자식 출세만 시키고 돈 많이 벌고 권력을 얻는 데 뒷받침이 돼 주겠다는 생각밖에는 없어요. 서울 강남의 어느 유치원 1년치 교습비가 1,200만 원이랍디다. 옛날에는 엄마와 아들이 포옹을 하면 눈물이 나왔습니다. 어렸을 때 경험을 더듬어 더 쓸 힘이 없어지기 전에 아이들에게 올바른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고 싶습니다. 어른들도 꼭 읽어 보셨으면 좋겠어요."백기완(71)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요즘 어린이 이야기책을 쓰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내년 초 출간을 목표로 현재 13꼭지를 썼는데 앞으로 15꼭지를 추가해야 한단다. 가제는 ‘부심이의 그리운 어머니’. 백 소장은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한껏 과시한 저서와 시집이 많지만 어린이책은 처음이다.

부심이는 햇살에 눈이 부시듯 해맑은 어린이 주인공 이름. 황해도 은율에서 클 때 어머니한테 들은 이야기며 전설이며 설화며 보고 들은 갖가지 이야기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들려 줄 작정이다.

핏발 선 운동가의 삶을 살아 온 그로서는 이채로운 시도인 것 같아 다시 물었다. "갑자기 웬 어린이책을…?" "요즘 어머니들 자녀 교육이 너무 못마땅해서입니다. 진짜 어머니상이 어떤 것인지 다시 빚어 놓으려고 합니다."

늘 부족한 운영비 때문에 서울 대학로 2층짜리 한옥 통일문제연구소(www.tongilgun.org) 방에는 냉기가 도는데도 그 특유의 열변은 거침이 없다. "지금 우리는 너도나도 희망이 아니라 한 개인의 뚱속(욕심)만을 문제 삼고 있어요. 40이 되기 전에 10억원을 만들자는 얘기를 떠들어대고들 있어. 세상을 아름답게 살려는 게 아니라 나만 편하게 살려는 것, 이것이 희망처럼 제시되고 있어요. 이건 희망이 아니라 뚱속이라오! 10명이 10억씩 벌면 100억, 100만 명이 10억씩 벌면 1,000조가 돼요. 우리나라 국민총생산의 두 배 반이야. 그럼 나머지는 굶어죽으란 얘기야? 신문방송에서 이런 얘기를 자꾸 떠드는 건 잘못하는 겁니다. 전부 자기 행복만 추구하고 잘못된 세상일엔 관여하지 않아. 뚱속과 뗏속(야욕)이 희망인 것처럼 강요하는 사회에 살고 있어요!"

그가 쓰는 책에는 그런 일그러진 사회가 아닌 참된 세상의 모습이 담기게 될 것 같다. "미국의 유명한 투기꾼의 연봉이 7억5,000만 달러(약 7,900억 원)입니다. 그런데 하루 2달러(약 2,100원) 미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30억 명입니다. 이게 올바른 세상입니까? 이 세상은 지금 눈 뜨고 보기 민망한 세상입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작은 골방에 마주한 앉은뱅이 책상을 주먹으로 쾅쾅 내리쳤다.

그렇다고 다시 혁명을 할 수도 없지 않은가? 하여,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그리하여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살되 올바로 잘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지요. 그걸 순우리말로 ‘노나메기’라고 합니다. 돈만 많다고 잘 사는 게 아니질 않소?"

그는 아직도 꿈을 꾸고 있었다. 꿈꾸는 자의 힘겨움을 그는 지난 8월 즉흥시(‘푸념’)로 털어놓은 바 있다.

그날 나도 그 거센/ 흙탕물에 뛰어들질 말고/

살살 마른길로 샜더라면

아 그날 나도/ 꺾인 두 무릎일망정 얌전히 꿇고/ 고개를 떨구었더라면

배는 탔을 거고/ 살아도 죽었을 거고

노을진 이제야 겨우/ 내 손바닥 위에 올려진 내가 보이는 듯한데/ 둘레는 왜 이리 어두운가

저기 소리치며 달려가는/ 애들이 밤을 가르네

백 소장은 아직도 배 타기를 거부하고 밤을 가르는 애들이고자 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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