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의 호텔. 일본 이종격투기 K-1 진출을 선언한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24)은 단호했다. "씨름에 대한 주위의 무관심에 비참했다. 실패해도 모래판에 다시 안 선다."21일 구리의 훈련장. 며칠 전 까지 최홍만과 한솥밥을 먹은 13명의 전 LG씨름단 선수들은 비장했다. "최홍만에 묶여 팔리길 바란 우리가 부끄럽다. 이제 우리 스스로 일어서겠다."
저물어가는 2004년, 민속씨름이 기로에 섰다. 모래판 찬바람은 겨울의 시작과 함께 불어 닥쳤다. 3개 프로팀으로 명맥을 유지하던 민속씨름은 6일 LG팀 해체와 최홍만의 K-1 진출로 붕괴 위기에 봉착했다. 씨름의 몰락은 이미 예견됐다. 장기 불황으로 허덕이던 기업들이 하나 둘 씨름판에서 손을 뗐고, 경기장은 시대 흐름에 적응하지 못했다. 씨름연맹의 안일한 운영과 마케팅 부재도 민속씨름의 침몰을 부채질했다.
씨름의 미래가 우울하듯 최홍만의 앞길도 험난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최홍만은 K-1에서 대성할 자질을 가졌지만 그가 세계 정상급 격투사로 거듭나기 위해선 가혹할 정도의 수련과 시련을 겪어야 할지 모른다. 무엇보다 218㎝ 165㎏ 거구에서 뿜어 나오는 파워를 뒷받침할 펀치와 킥 등 격투기 테크닉을 얼마나 빨리 익히느냐가 성공의 우선 관건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 팬들은 최홍만의 K-1진출 우려와 씨름의 위기를 ‘윈윈’으로 풀 수 있다고 말한다.
최홍만은 민속씨름을 버린 변절자가 아니라 사각의 정글에 용감하게 뛰어든 도전자로 박수를 받고, 씨름은 경로잔치용 민속놀이가 아니라 박진감 넘치는 민속스포츠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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