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살인 혐의로 지난 13일 1심 재판에서 사형이 선고된 유영철(34)씨가 이틀 만인 15일 항소 포기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피고인은 상소(항소 및 상고)를 포기할 수 없도록 한 규정(형사소송법 349조)에도 불구하고 유씨가 항소 포기서를 제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반면 검찰은 사형이 선고됐는데도 공소사실 중 이문동 살인 혐의에 대한 무죄 선고에 불복, 17일 법원에 항소했다.유씨 변호인은 21일 "유씨도 법적으로 항소 포기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으나 자기 의사를 분명히 하고 싶어했다"며 "유씨는 이미 사형을 각오했을 뿐더러 사법체제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변호인은 "유씨는 혐의 가운데 이문동 살인과 사우나 절도 사건이 유죄가 났만?항소했을 수도 있었으나 무죄가 선고돼 선고 결과에 만족해 했다"고 덧붙였다. 법원 관계자는 "유씨 사건이 일본 언론에 보도되는 등 외신 기자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자 ‘세계적’ 범인이 목숨에 연연해 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유씨가 경찰·검찰 조사 및 1차 법정 공판에서 이문동 살인 혐의를 시인했는데도 2차 공판부터 진술을 번복했다는 이유로 1심 재판부가 유씨 자백을 믿지 않은 데 대해 상급심에서 다퉈보겠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항소를 포기할 경우 이문동 사건 무죄를 인정하는 셈이어서 이 사건 범인을 밝혀내기 위해서라도 항소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이 "법정에서 나온 진술과 증거로만 재판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검찰의 항소가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유씨 수사과정을 전부 녹화해 둔 만큼 자백의 진실성을 입증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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