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내년 경제운용계획의 키워드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5% 달성’이라고 한다. 노동시장에 새로 들어오는 40만명 안팎의 신규인력을 흡수하려면 "5%는 결코 버릴 수 없는 수치"라는 이유에서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조차 4% 턱걸이를 얘기하고 민간 경제연구소나 최고경영자들은 3%대 중반을 전망하는데도 정부만 유독 5%를 설파하는 것은 물론 고용 때문이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도 최근 "경제정책의 목표는 성장률이 아니라 고용창출이며, 이것이 내년 경제운용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이 같은 정부의 인식은 큰 틀에서 명백히 옳다. 문제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크게 취약해져 정책의지를 실현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데다 이를 추진할 당·정·청 팀워크의 역동성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금까지 밝힌 플랜은 내년 상반기에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하반기엔 이른바 한국형 뉴딜 플랜인 종합투자계획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 2년 동안 줄곧 내리막길을 달려온 투자 및 소비가 되살아난다는 보장이 없고 급랭한 건설경기에 훈풍이 불기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고유가·약달러에 따른 세계경기 둔화 등으로 수출 증가율은 올해 30%대에서 잘해야 두 자릿수를 유지할 전망이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정부가 5% 성장을 말하는 데는 역시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짐작된다. 확실한 경기부양 메시지를 시장에 던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메시지는 공허하다. ‘4대 개혁입법’에 억눌려 새해 예산안은 물론 주요 민생입법마저 내팽개치는 국정운영 난맥상은 눈 뜨고 볼 수조차 없다. 괜한 욕심으로 불신만 키우기보다 가계와 기업이 왜 소비와 투자를 꺼리는지, 정책혼선이 시장을 얼마나 괴롭히는지 등을 잘 살펴 제자리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믿음을 사는 게 훨씬 중요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