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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오픈마켓은 '탈세시장'/ 직원·친인척 이름 빌려 ID 수시로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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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오픈마켓은 '탈세시장'/ 직원·친인척 이름 빌려 ID 수시로 변경

입력
2004.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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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인터넷 종합쇼핑몰에서 수년째 여성의류를 팔고 있는 A사는 최근 ‘세금 한푼 안 내고' 돈 버는 노하우를 터득했다. 전자상거래의 총아로 떠오른 이른바 ‘오픈마켓'을 통해 물건을 파는 것이다. 기존의 인터넷 쇼핑몰이 ‘기업 대 개인'(B2C)의 거래라면 오픈마켓은 ‘개인끼리'(C2C) 제품을 사고 파는 것이 특징. 사업자등록증 없이도 누구든 개인 자격으로 쇼핑몰 안에 점포를 열고, 자신만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이 점을 활용해 A사는 국내 대형 인터넷 쇼핑몰들이 운영중인 3~4곳의 오픈마켓에 개인판매회원 자격으로 단번에 10여 개의 ID를 등록했다. 회사 직원들은 물론 사장의 친구와 친인척 이름까지 동원했다. 멀쩡한 회사가 각기 다른 개인사업자 10여명 몫으로 쪼개졌다. 점주가 개인이라 상품을 팔면서 고객에게 ‘영수증 발급 불가’를 고지하는 것은 기본. 덕분에 상품마다 10%씩 떼는 부가가치세를 ‘절약’할 수 있다.

매출이 분산되니 종합소득세도 거의 안 낸다. 이 회사 대표 J씨는 "개인 신분이라 세금계산서 한 장 없이도 거래가 가능한데다 회사의 매출도 거의 노출되지 않는다"며 "중견업체들은 세금을 안 내려고 많게는 30~40개의 개인ID를 만들어 장사를 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 회사는 조만간 독자브랜드로 입점해 있던 기존 쇼핑몰에선 상품을 내릴 예정이다.

◆ 오픈마켓은 세금피난처

A사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경기침체 속에서도 상품거래 규모만 수 조원 대에 이를 만큼 초고속 성장중인 인터넷 오픈마켓. 그 거대한 시장이 ‘탈세의 바다’로 오염돼 가고 있다. 개인과 개인을 직접 연결하는 ‘벼룩시장’식 판매방식 때문에 생긴 부작용이다. 요즘 웬만큼 양심적인 상인이 아니라면, 오픈마켓에서의 세금회피는 거의 당연한 ‘요령’ 쯤으로 여긴다.

소형가전제품과 액세서리를 주로 취급하는 D사. 인터넷 쇼핑몰을 통한 매출액만 연 수십억원 대인 이 회사는 개인 명의의 ID를 수시로 바꿔가는 방법으로 세금을 피하고 있다.

매출액이 어느 정도 쌓이면 해당ID를 폐지하고 다른 명의의 ID로 사업을 다시 시작하는 식이다. 개인사업자라도 세법상 연 매출이 4,800만원이 넘으면 일반과세자로 신고해야 하는데 그걸 피하기 위해서다.

종합소득세가 나올 때쯤 폐업(ID 해지)을 하면 세금 낼 돈을 고스란히 손에 쥘 수도 있다. D사 관계자는 "많은 업체들이 세무당국의 감시를 피하려고 ID를 자주 바꿔가며 장사한다"며 "단 몇 개월만 활동하다 사라지는 ID도 부지기수"라고 말한다.

◆ 개인판매자로 위장한 전문업체들

현재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서 활동중인 판매회원은 경매회원을 포함해 줄잡아 100만여명. 이 가운데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개인회원은 9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많은 개인들이 개설한 ID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아무도 알 수 없다. 개인실명 인증절차(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확인)만 거치면 대기업이 됐든, 소규모 영세상인이 됐든 자유롭게 개인 자격으로 상품을 등록,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판매되는 상품의 제조사가 같고 상품의 사진이나 진열방법, 설명자료, 마케팅문구 등이 유사할 경우 특정업체가 배후에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한 업체의 물건을 여러 보따리상(개인)들이 경쟁적으로 떼다 판매하는 것으로 볼 수(쇼핑몰 업체들의 해명)도 있지만 상품소개 방식까지 천편일률인 경우 의심을 살만하다.

실제로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일반 B2C 방식의 쇼핑몰에서 거래되는 특정회사 제품들이 가격만 10~20% 낮춰서 경매사이트나 오픈마켓의 개인점포에 나와 있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십중팔구 해당업체가 개인으로 신분을 위장한 것이다.

오픈마켓에서 활동하는 한 기업형 벤더는 "최근엔 동대문이나 남대문은 물론 각 지방의 재래시장 상인들도 ‘노다지’를 발견한 듯 오픈마켓으로 몰려들고 있다"며 "사실상 신원이 감춰진 채 무자료거래를 하기 때문에 1억원 어치를 팔고 1,000만원을 신고해도 양심적이라는 소릴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 속수무책 세무당국

세금이 줄줄 새는데도 쇼핑몰 업체나 세무당국은 속수무책이다. 장터를 제공한 쇼핑몰 업체들은 "개인간의 자율거래라 일일이 간섭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형 쇼핑몰 관계자는 "오픈마켓의 모든 거래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책임하에 이뤄진다"며"쇼핑몰은 기껏해야 ‘세금을 성실히 내라’고 계도만 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세무당국은 "탈세의 정황이 분명하다"고 인식하고있으면서도 막상 쉽사리 칼을 빼 들지는 못하고 있다. 당장 증빙자료를 확보하는 것부터 어렵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개인판매자 수가 워낙 많은데다 현행 정보통신사업법의 ‘통신비밀’ 조항 때문에 쇼핑몰업체로부터 관련 거래자료들을 얻기도 힘들다"며 "범 정부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천문학적 규모의 탈세를 보고만 있어야 할 형편"이라고 난감해 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 인터넷몰 오픈마켓/"소비자끼리 자유거래" 年매출 3조~4조 추정

"나만의 물건을 올려보세요. 여러분은 이제 구매자인 동시에 판매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한 대형 인터넷 쇼핑몰에 개설된 오픈마켓의 안내문구다. 온라인 상의 사업형태를 크게 기업간 거래(B2B),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소비자간 거래(C2C)로 구분한다면 오픈마켓은 C2C 형태다.

개인끼리 가격을 흥정해가며 중고품 등을 사고파는 인터넷 경매가 대표적 예. 쇼핑몰 운영업체는 인터넷에 ‘장터’를 제공하고, 그 안에서 일반 소비자끼리 자유롭게 거래를 하는 방식이다.

판매자들은 소정의 상품등록 수수료와 판매 수수료를 해당 쇼핑몰 업체에 내면 된다.

쇼핑몰 소속 상품기획자(MD)의 손을 거치지 않은 채 누구나 자신만의 상품을 등록해 판매할 수 있다는 ‘개방성’ 때문에 오픈마켓은 어떤 판매방식보다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미 국내 인터넷 쇼핑몰 업계의 매출순위는 오픈마켓 전문업체 위주로 재편된 지 오래다.

2000년부터 경매 방식의 오픈마켓을 운영해온 전자상거래업체 옥션(www.auction.co.kr)은 지난달 22일 단일 쇼핑몰업체로는 처음으로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돌파했다. 오프라인의 롯데 백화점이 20여년 만에 거둔 실적을 불과 4년 11개월 만에 달성한 것.

옥션에 이어 G마켓(www.gmarket.co.kr), 인터파크(www.interpark.com) 등 상위 쇼핑몰들이 한결같이 현재 오픈마켓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들 쇼핑몰과 여러 군소업체의 거래규모를 합칠 경우 국내 오픈마켓 시장규모는 연간 3조~4조원 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오픈마켓이 워낙 빠른 속도로 성장하다 보니 1~2년 전까지만 해도 쇼핑몰 시장을 주도했던 LG이숍(www.lgeshop.com), 롯데닷컴(www.lotte.com), CJ몰(www.cjmall.com), 신세계닷컴(www.shinsegae.com) 등 B2C 방식의 대기업 계열 쇼핑몰들은 오픈마켓 업체들과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일반 쇼핑몰도 생존 차원에서 오픈마켓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 중소 쇼핑몰업체/ "생존 위해 오픈마켓 전환 추진"

중소 인터넷 쇼핑몰업체 C사는 요즘 주요 제품의 거래방식을 오픈마켓 형태로 전면 개편하는 모험을 시도하고 있다. 일단은 쇼핑몰 안에 개인간 거래를 위한 코너를 열어 개인회원들에게 장터를 열어준 뒤 장기적으론 쇼핑몰 자체를 오픈마켓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 같은 결정은 기존 B2C 방식으론 더 이상 장사를 할 수 없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하루가 다르게 매출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시장조사를 해보니 우리 사이트에 올라있는 상품들이 대형 쇼핑몰의 오픈마켓에 훨씬 싼 가격에 나와 있는 겁니다. 알고 보니 해당업체가 엉뚱한 개인 이름으로 내놓은 겁니다. 업체에 항의했더니 우리 사이트 물건 값도 내리더군요. 업체들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물건값을 깎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

오픈마켓에 물건을 올려놓았다는 사실을 미리 고해성사하면서 가격조정을 해오는 업체도 있지만 대부분은 몰래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 이 경우 같은 상품이라도 세금을 회피할 수 있는 오픈마켓의 가격이 싸기 때문에 기존 B2C 쇼핑몰은 고객을 뺏길 수밖에 없다. 요즘에는 쇼핑몰의 간섭이 성가시다며 아예 오픈마켓으로 들어가는 거상(巨商)들도 많다. "세금문제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은 회사를 살리는게 우선 아닙니까."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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