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백기를 들었다. 럼스펠드 장관은 16일 미군 전문지 ‘성조지(Stars and Stripes)’에 보낸 성명에서 향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전사한 병사들의 유족들에게 직접 서명한 위로 편지를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럼스펠드 장관은 이 성명에서 "나는 그동안 1,000명이 넘는 전사자 유족들에 편지를 보냈으나 슬픔에 젖은 유족들에 편지를 신속히 전달하기 위해 일일이 서명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모든 전사자 위로편지에 직접 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럼스펠드 장관은 "그동안 국가를 위해 싸우다 사망한 병사 유족들이 보내준 수많은 편지에 깊이 감사하며, 그들의 개인적 손실에 존경을 표시한다"며 "조국을 지키다 다치거나 숨진 병사들과 유족들을 립ご?것은 국방부 관리들의 숭고한 특권"이라고 말했다.
럼스펠드 장관은 그동안 서명 기계를 이용, 국방장관 직인을 찍은 위로 편지를 전사자의 가족들에게 보내왔다. 이 사실은 군인 출신 작가이자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해크워스가 처음으로 문제제기하면서 유족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한국전 때 최연소 육군 대위로 종군하기도 했던 해크워스는 지난달 22일 "나는 한국전과 베트남전 때 전사 통보 편지에 서명했던 그 고통을 잊지 못할 것"이라며 "그 때 나는 그 편지에 일일이 서명하면서 나를 믿었던 젊은이들을 보호해야 할 지도자로서의 두려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해크워스는 익명의 국방부 영관급 장교 2명의 말을 인용 "럼스펠드 장관은 스스로 ‘슬픈 서류’에 서명하기 보다는 기계에 그 일을 맡김으로써 자신의 신성한 임무를 저버렸다"고 비난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해크워스는 "국방장관이 서명없이 편지를 보내는 것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은 물론 이라크 파병 병사들에게도 모욕"이라고 분개하는 한 유족의 말을 전하면서 럼스펠드 장관의 냉정함을 비꼬았다.
유족들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위로 편지에 대해서도 같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백악관측은 "부시 대통령은 직접 서명했다"고 해명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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