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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코스 결국 공중분해/ 핵심자회사 헐값 매각… 나머지도 곧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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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코스 결국 공중분해/ 핵심자회사 헐값 매각… 나머지도 곧 정리

입력
2004.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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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최대 민간 석유회사 유코스가 크렘린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공중 분해됐다. 19일 러시아 정부가 주도한 경매에서 유코스의 핵심 자회사 유간스크네프테가즈(유간스크)가 정체불명의 바이칼파이낸스그룹(바이칼그룹)에게 헐값에 팔린 것이다. 나머지 자회사인 사마라네프테가즈와 톰스크네프티 등도 조만간 경매로 정리될 예정이다.1년 전까지만 해도 하루 석유 생산량 139만 배럴을 기록했던 유코스는 러시아 생산량 20%와 세계 생산량의 2%를 차지하며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했다. 지난해 대선 때에는 유코스 창업자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재선을 막기 위해 노골적으로 야당을 지지하는 등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이 화근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즉각 호도르코프스키에게 ‘괘씸죄’를 적용, 지난해 10월 탈세 혐의로 구속했다. 또 사전 주식매도를 방지한다며 그가 보유한 유코스 주식을 모두 압류하고 유전개발면허도 박탈해 버렸다.

3월 재선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은 본격적인 유코스 해체작전에 돌입했다. 4년 동안 세금을 내지 않았다며 245억 달러의 천문학적인 미납세금 추징명령을 내려 유코스를 파산 위기로 몰아버린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또 10월 세계 최대의 가스회사 가즈프롬과 석유회사 로스네프티를 합병해 거대 석유회사인 카즈프롬네프티를 탄생시켰다. 국영회사인 가즈프롬은 전 세계 가스 생산량의 29%, 러시아 가스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어 유간스크 인수에 무리가 따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에너지 장악도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푸틴 대통령이 구 소련 해체 당시 민영화로 올리가르히(신흥 재벌)들의 손에 들어간 석유 전기 등 기간 산업을 다시 국유화 하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는데, 이번 경매가 그 신호탄이란 분석도 나온다.

유간스크를 인수한 바이칼그룹의 실체에 대해서는 갖가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가즈프롬이 경매 입찰에 참가해 최종낙찰자로 선정된 뒤 인수하기로 돼 있었지만 입찰가격을 제시하지 않아 93억 7,000만 달러를 제시한 바이칼그룹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크렘린과 가까운 석유재벌인 수르구트네프트가스가 그 회사의 배후에 있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가즈프롬이 제 3의 회사를 거쳐 인수할 경우 미국 법원의 경매 중단 결정 위반에 걸리지 않고 피해갈 수 있다"며 "바이칼그룹은 또 다른 가즈프롬의 회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편, 유코스 대주주인 그룹 메나테프는 19일 자산 가치가 현격히 평가절하돼 경매됐다며 바이칼그룹을 상대로 무효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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