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장롱 속 어린이 죽음, 누구 책임인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장롱 속 어린이 죽음, 누구 책임인가

입력
2004.12.21 00:00
0 0

30대 영세민 부부의 네 살배기 아들이 장롱 안에서 영양실조로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은 세밑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사회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으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사건이어서 더욱 안타깝다.이 영세민 가족은 막노동을 하던 가장이 경기침체로 일감을 구하지 못해 하루 한 끼는 거의 매일 굶을 정도로 어려운 생활을 해 왔다고 한다. 집 주변 성당에서 정기적으로 보내 주는 쌀과 부식이 이들의 유일한 생명줄이었다. 그런데도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해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했다. 지난달에는 관할 동사무소가 극빈생활자 실태 파악에 나섰지만 통장은 물론 이웃도 이들 가족의 형편을 알지 못해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았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숨진 아이의 어머니는 정신지체 장애를 앓고 있었지만 의료기관으로부터 진단을 한번도 받지 못하고 장애인 등록도 하지 못했다. 주변의 어느 누구도 기초생활 수급권자 신청이나 장애인 등록에 대해 조언해 주지 않았고 행정기관도 이들 가족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다.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정도의 가난에 시달린 이들에게조차 국가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면 영세민 구호제도란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난 현행 영세민 구호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특히 가만히 앉아서 영세민을 기다리는 소극적인 방식이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발굴해 도와주는 행정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더불어 가난한 이웃에 대한 무관심과 외면이 이런 참극을 불러온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 부끄러워해야 한다. 어느 때보다 온정이 그리운 요즘 우리는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얼마나 돌아봤는가. 춥고 배고픈 이웃을 돕고 찾아보는 것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자 의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