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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누구나 내 이름은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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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누구나 내 이름은 지겹다

입력
2004.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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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신문의 신춘문예 예심을 보며 지난해와 달라진 재미있는 것 한 가지를 발견했다. 필명 응모자가 부쩍 늘었다. 인터넷이 상용화된 다음, 일상에서도 이름보다 아이디와 닉네임이 더 많이 쓰인다. 오프 모임 같은 곳에 가면 다들 이름이 아니라 닉네임으로 부른다. 그래야 서로 상대를 알아본다. 이름은 점점 깊숙한 자리로 숨어 들고, 새로운 이름이 자신을 대신한다. 그 영향이 신춘문예 응모에도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우리 눈엔 ‘김정현’이나 ‘김미현’이나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그 이름을 가진 본인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심사를 하다 보니 본명이 김정현인데 필명을 사용하여 김미현으로 응모한 사람이 있고, 또 반대로 본명이 김미현인데 필명 김정현으로 응모한 사람이 있었다.

누구나 30년 넘게 한 이름만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자기 이름이 지겨워지기도 하는 법이다. 더구나 몇 년 연속 낙선의 고배를 마시다 보면 ‘혹시 이름이 안 좋아 이렇게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역시 저절로 들기 마련이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나 역시 지난 시절 10년 넘게 그렇게 연속으로 떨어지기만 했던 사람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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