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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韓-日정상 대조적 話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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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韓-日정상 대조적 話法

입력
2004.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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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대조적인 정치 화법을 그대로 보여주었다.고이즈미 총리의 별명은 ‘일언거사(一言居士)’다. 발언이 한 구절을 넘지 않는다고 해서 ‘원 프레이즈(One Phrase)’란 별명도 있다.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계속하겠냐고 물으면, "적절히 판단해 결정하겠다"고 답하는 식이다. 안전한 답이지만 가겠다는 것인지 안 가겠다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17일 두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 관심거리인 대북 경제제재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대화와 압력"이라며 짧고 애매한 답을 반복했다. 이에 비해 ‘토론의 달인’이라는 노 대통령은 "일본 국익에도 안 맞다고 본다, 일본 지도자들은 국민과 다른 판단도 해야 한다"고 외교적으로 결례가 될 수도 있는 말까지 섞어가며 신중론을 펼쳤다. 노 대통령의 답변이 길어져 NHK는 생중계를 중간에 끊고 다음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18일 일본 신문들은 모두 ‘한일간 이견’이라고 보도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말을 더 보탰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와의 아침 산책을 하며 "제재를 완전히 반대한다고 한건 아닌데, (보도가) 전부 반대로 돼있다"면서 "내가 별 도움이 안된 거 아닙니까"라고 물었다. 전날 발언이 제재에 신중하다는 이유로 여론의 공격을 받고 있는 고이즈미 총리를 지원하려는 것이었다는 내막을 다 드러내 보인 듯한 느낌을 주었다.

한 마디만 하고 입을 닫는 고이즈미 총리에게 따라다니는 비판은 "국민에게 설명할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말이 많은 노 대통령에게는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비판이 많다.

신윤석 도쿄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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