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장기화로 가계와 중소기업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이 사상 최대의 수수료 수익을 기록할 전망이다.은행들은 수수료가 아직 원가에도 못 미친다는 입장이어서 한동안 수수료 인상 및 수익 증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8개 시중은행과 6개 지방은행의 9월말 현재 수수료 순수익은 5조4,336억원으로 연말까지 7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연간 수수료 순수익 5조6,187억원을 크게 뛰어넘는 액수다.
올해 9월말까지의 수수료 수익 중 신용카드 부문은 3조4,351억원을 차지해 이미 지난해 연간 수익을 넘어섰으며 예금 대출 등과 관련된 일반 수수료도 1조9,985억원에 달해 연말에는 2조6,000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뵉汐퓽?연간 수수료 수익은 1999년에 2조6,054억원에서 2000년 3조6,885억원, 2001년 4조100억원, 2002년 5조1,367억원 등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수수료 수익 증가의 원인은 국민카드 외환카드 우리카드 등이 은행과 통합돼 해당은행들의 신용카드 수수료가 늘어난 탓도 있지만 수수료 인상이 큰 몫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지난 국정감사 때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8개 은행은 2001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757건의 수수료를 인상했으며 233건의 수수료를 신설했다. 사실상 하루에 한건씩 수수료를 올리거나 신설한 셈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도 수수료 수준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수수료가 원가의 30%에도 못 미치며 선진국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라는 입장이라 당분간 수수료 인상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측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원가분석 자료의 신빙성이나 물가 수준이 다른 선진국과의 직접 비교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수수료를 올리더라도 경기 상황을 감안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조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 수신액은 사상 처음 줄 듯
연이은 콜금리 인하 등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올해 은행의 예금 수신고가 사상 처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투신사에 몰리는 단기자금은 급증해 금융시장의 불안정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말 현재 은행계정의 예금 잔액은 504조9,000억원으로 지난해말의 515조5,000억원에 비해 10조6,000억원이 감소했다. 은행권 예금 잔액은 올 하반기에 추세적인 감소세를 보여왔기 때문에 12월말 예금 수신고 누계치도 전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은행 예금은 2002년 51조6,000억원, 지난해 30조7,000억원의 증가세를 보였으며 감소세를 보이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반면 11월말 현재 투신사의 수신잔고는 180조2,000억원으로 지난해말보다 무려 45조1,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12월에도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어 연말까지 수신 증가규모는 5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 예금 금리가 낮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고금리이면서 입·출금이 자유로운 머니마켓펀드(MMF) 등 투신사 상품으로 시중자금이 몰린 결과로 보인다"며 "단기수익이 주목적인 투신사에 자금이 계속 몰릴 경우 생산현장에 대한 장기자금 공급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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