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검찰관들이 육군 장성진급비리 의혹사건 수사진행에 불만을 품고 보직해임 건의서를 제출하자 국방부는 무척 격앙된 분위기이다.국방부는 군통수권자의 ‘여론몰이 수사 금지’ 지침을 어기고 "장·차관이 수사를 막고있다"며 보직해임 요청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행동을 항명으로 보고있다. 국방부가 즉각 엄중문책 방침을 밝힌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군 검찰관들의 돌출행동은 1차적으로는 수사를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 데 대한 반발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사 부진에 대한 책임 문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육군본부 L준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건에 대해 윤광웅 국방장관이 증거부족을 이유로 보강수사 지휘를 내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수사내용 발표방식과 관련, 군 검찰에 엄중한 경고메시지를 보내면서 수사는 사실상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군 검찰관들은 이대로 가면 수사부진의 책임이 전적으로 자신들에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 국방장관에게 이를 떠넘기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이 같은 의도를 파악하고 있는 국방부로서는 강경대응 이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국방부는 이들을 조만간 자신들의 희망대로 보직해임한 뒤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계획이다. 이 경우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파면 강등 정직 등 중징계가 불가피해보인다.
이와는 별도로 군 형법상 항명으로 판단할 경우 군 검찰을 통해 기소,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를 내릴 수도 있다. 다만 사법처리의 경우 "이번 집단행동을 항명으로까지 볼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어 국방부가 고심하고 있다. 내년 4월로 10년의 의무복무 기간이 종료되는 이들은 전역 후 변호사를 개업할 수 있지만 파면이나 실형이 결정되면 변호사 자격이 박탈돼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국방부의 강경대응에 따라 장성진급비리 의혹사건 수사는 더 이상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국방부는 이들의 보직해임이 결정될 경우 유능한 군 검찰관을 즉각 임명해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1개월 넘게 육군본부 인사부서 중령 2명만 구속한 채 비리 단서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이번 수사를 새삼 살려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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