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의 크고 작은 문제를 조정,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건강한 가정을 위한 공존의 룰을 제시한다.’ 부부갈등의 실례를 각색, 소개해 인기를 누려온 KBS2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사진·금 밤 11시5분)이 내세운 기획의도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초심’을 무색케 하는 연예인 파경담 등 지나치게 자극적인 소재를 주로 다뤄 빈축을 사고 있다.17일 방송된 ‘7년만의 컴백’편이 대표적 예다. 한창 잘 나가던 대스타가 재벌 회장의 전처를 밀어내고 안방을 차지하지만 남편의 끝없는 외도와 감옥살이 같은 삶에 지쳐 연예계에 복귀하고 결국 이혼법정에 서게 된다는 내용. 제목부터 에피소드까지, 실제 재벌가와 결혼했다가 파경을 맞은 몇몇 여성 연예인을 연상케 하는 이 드라마가 방송된 뒤 인터넷은 ‘누구 얘기일까’ 하는 추측으로 떠들썩하다. ‘부부클리닉’은 지난달 26일에도 북에서 귀순한 남자의 비극적 스토리를 다룬 ‘귀순스타 룡호씨’를 내보냈다가 주인공으로 지목된 실제 귀순자의 전처로부터 항의를 받는 소동이 벌어졌다.
‘바로 내 얘기일 수 있다’는 공감을 끌어내며 5년 넘게 장수한 ‘부부클리닉’이 이처럼 무리수를 두는 것은 20% 안팎이던 시청률이 10월 중순 SBS ‘아내의 반란’ 방송 이후 급감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 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17일 방송분은 시청률 17.1%로, ‘아내의 반란’을 근소한 차로 앞서며 한동안 빼앗겼던 동시간대 1위를 되찾았다.
하지만 애꿎은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은 차치하고라도 이런 소재가 ‘다양한 부부갈등의 해법을 함께 찾아본다’는 취지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다. 시청자 신모씨는 "누구 얘기인지 알만한 내용을 짜깁기해서 극단적으로 부풀린 유치한 방송"이라고 꼬집었고, 이모씨는 "많은 시청자들이 내 일처럼 조언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송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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