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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쌀시장 개방유예 뒤가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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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쌀시장 개방유예 뒤가 더 문제다

입력
2004.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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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관세화 유예와 수입 쌀의 시중판매를 골자로 한 쌀시장 개방일정이 드러났다. 미국 중국과의 의무수입물량(TRQ) 협상이 완전히 매듭지어지지 않았고 다른 협상국들의 요구도 만만치 않은데다 농민·농민단체들의 전면 재협상 요구가 거세어 협상 종결을 선언할 단계는 아니지만 관세화 유예를 통한 쌀시장 점진개방의 큰 물줄기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다.의무수입물량을 줄이기 위한 미국 중국과의 물밑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대체로 2014년까지 관세화를 유예하되 기준연도(1988~1990년) 쌀 평균소비량의 4%인 올해 의무수입물량을 10년에 걸쳐 8%까지 늘리고, 내년 10월부터 수입 쌀의 시판을 허용하되 시판비중을 첫해 의무수입물량의 10%로 시작해 2010년까지 30%로 확대한다는 골격은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당장의 충격이 덜한 쪽을 택했지만 관세화 개방을 늦췄다고 해서 쌀 개방의 대세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멀고 험한 길을 택한 셈이다. 앞으로 국내 쌀시장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될 것이 분명하다. 가공용이 아닌 주식용으로 내년에 시판될 물량은 2만2,575톤으로 전체 소비량의 0.5%에 불과하지만, 온갖 종류의 쌀이 슈퍼마켓에서 국산 쌀과 경쟁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많은 변화를 예고한다.

그렇지 않아도 소비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쌀 수입이 늘어나고 주식용으로까지 시판된다면 가격 경쟁력이 없는 국산 쌀이 설 땅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본질적으로 쌀 농사는 경제논리로만 따질 수 없는 사안이다. 아무리 무역이 중요해도 쌀 농사를 포기할 수는 없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충격이 주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피폐한 농촌을 살리는 대책과 함께 유사시에 대비한 식량정책 등 전략적 대책이 반드시 준비돼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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