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의 정치, 경제 올인’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2주년(12월19일)과 내년 집권 3기를 맞아 내건 두 화두다. 이는 이념보다는 실용주의를 강조한 것으로 국정 기조가 바뀌고 있음을 웅변해주고 있다. 언론과 긴장 관계를 유지해온 노 대통령이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주미대사에 기용하는 ‘탈(脫) 코드’ 인사를 한 것도 이런 변화의 생생한 사례다.
노 대통령은 그전에도 경제 회생과 상생의 정치를 다짐했지만 현실은 대립과 갈등, 경기침체로 점철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라는 게 청와대 인사들의 단언이다. 문재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16일 출입기자들과의 송년 모임에서 "새해엔 어떻게 해서든 경제를 살리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용의 정치도 결국 경제 살리기 해법 중 하나다. 노 대통령은 최근 민주평통 회의(13일)와 CBS 창사 50주년 기념식(14일)에서 잇따라 "관용의 문화를 만들어가자"고 역설했다. 이 때만해도 관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고 과연 실천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많았다.
그러나 인사 스타일이 변하면서 관용 정치의 그림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여권 개혁파들로부터 견제를 받아온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유임시키기로 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기존의 ‘코드 중심 인사’에서 벗어나는 흐름이 엿보인다. 보수 언론의 사주를 기용한 것도 노선과 성향이 다른 인사를 중용할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그 동안 갈등 전선을 형성했던 대기업, 언론, 민주당, 보수세력 등과의 관계에서도 유연함을 택하려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CBS 창사 기념축사에서 언론에 대해 "대통령이 밉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희망을 훼손하지는 말아달라"고 당부했으나 보수 언론에 대한 직설적 공격은 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또 해외 순방 중 수시로 기업을 예찬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을 칭송하는 등 민주당과 DJ 세력과의 관계개선도 시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론도 흘러나온다. 노 대통령은 또 한나라당과의 대립 전선에서 한발 물러서기 위해 분권형 국정운영을 강화하고 있다. 청와대와 종종 긴장 관계에 놓였던 검찰, 군과의 신뢰를 쌓는 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는 백약을 쓰겠다는 입장이다. 내수 침체가 계속될 경우 정치·사회적 위기가 심화할 수 있다고 판단해 재정확대, 감세, 사회간접자본 투자확대, 신용불량자 구제, 부동산 적정가격 유지 등 모든 수단을 쓴다는 자세다.
노 대통령의 실용주의 노선은 자이툰부대 방문과 해외 순방을 계기로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상승 기미를 보이면서 두드러지고 있다. 국민들이 배부르고 등 따뜻하도록 원칙 고수론에서 ‘흑묘백묘(黑猫白猫)론’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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