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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배우 데뷔하는 허수경/"첫 방송 때보다 더 떨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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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배우 데뷔하는 허수경/"첫 방송 때보다 더 떨려요"

입력
2004.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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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 라이터 좀 새 것으로 바꿔줘. 일회용 라이터는 너무해. 좀 예쁜 것으로 비치했으면 좋겠네."16일 오전 서울 서교동 산울림 소극장 무대. 정중하지만 열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조연출에게 소품교환을 부탁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방송을 통해 대중들에게 낯익은 허수경(38)씨. 21일 막이 오르는 연극 ‘부부사이의 작은 범죄들’로 배우 데뷔를 앞두고 있다.

"연극하시는 분들과 친교가 많아서 평소 연극에 호기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어요." 허수경은 그 동안 몇 차례 출연 요청을 받았음에도 머뭇거리다가 기회를 놓쳐버렸다고 했다. 그러다가 이번 ‘부부 사이의 작은 범죄들’은 운명처럼 그를 무대로 불러냈다. 10월 어느 날 아침에 제의를 받고 점심때 대본을 손에 쥔 허수경은 저녁때 출연 결정을 내렸다. "모든 것이 숨쉴 틈 없이 진행되다 보니 ‘내가 해야 하는구나’ ‘이 역은 내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연기하는 리자는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말하는 남편 쥘에게 과거를 상기시키면서 자기의 틀 안에 남편을 가두려는 의문의 아내다. 남편과 함께 속사포처럼 주고 받는 지적 대사로 극적 긴장감을 형성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역할이다. 20년 경력의 박상종과 단 둘이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야 하는 것도 적잖게 부담스러울 듯하다.

연습에 들어간지는 한 달. 허수경의 말투와 몸 동작은 많이 ‘배우’다워졌다. "처음 무대에 섰을 때는 너무 떨렸어요. 방송 데뷔할 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였어요. ‘연습만이 살길이다’ 생각하고 임하니까 어느 순간 자신감이 생기고 익숙해지더군요." 중·고교시절 무용으로 무대에 오른 경험과 15년의 방송생활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연습 중에 대사를 ‘깜빡’ 해도 더듬거림 없이 애드리브로 부드럽게 대처를 했다. "스태프들과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혼연일체가 되어 일하니 좋고, 방송을 하면서 이것이 과연 진실일까 회의가 들었는데, 관객 앞에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어 좋아요. 그리고 배역과 동질감을 느끼는 것은 정말 놀라운 경험이에요."

매일 오후 4시 SBS라디오 파워FM ‘허수경의 가요풍경’을 진행하며 연기를 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여행을 떠나온 기분"이다며 "추운 겨울을 열정적으로 보낼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답했다. "관객들은 무대 위 배우의 맑은 영혼을 보러 온다고 들었어요. 욕심 버리고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연출을 맡은 심재찬은 "너무 젊지도 않고 늙지도 않은 나이와 재능을 고려했을 때 리자역은 허수경이 적합하다고 생각해 출연을 제의했다"며 "연극적 테크닉을 약간 우려했지만 초보 티를 안내고 잘 해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배우로서 잠재력이 상당해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프랑스 극작가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의 원작을 번역한 ‘부부사이의 작은 범죄들’은 국내 초연으로 새해 2월 27일까지 계속된다. (02)334-5915.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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