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고 완치된 70대 노부부가 암 연구기금으로 써달라며 평생 모은 80억원 상당의 재산을 서울대 의대에 익명으로 기부했다. 이는 개인이 서울대에 내놓은 최고 기부액이다.17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 부부는 1996년 부인이 위암 수술을 받으면서 서울대병원과 인연을 맺게 됐다. 이어 남편 역시 폐암에 걸려 99년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다행히 부부 모두 조기에 발견된 탓에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노부부는 현재 건강한 몸을 되찾아 서울의 한적한 동네에서 노후생활을 즐기고 있다.
마음 한켠에 서울대병원과 의료진에 대한 고마움을 간직해 온 부부는 얼마 전 "5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하며 운이 따라줘 많은 재산을 모았지만 자식들에게 필요 이상의 재산을 물려줄 생각은 없다"며 서울대 의대에 기부 의사를 밝혀 왔다. 평소 부모의 가르침을 따라 스스로 생활을 꾸려 온 자녀들도 부모의 결정에 흔쾌히 동의했다. 가족들은 결국 노부부가 평생 모은 재산 대부분인 80억원 상당의 모 회사 주식을 기증하게 됐다.
노부부가 이날 오전 서울대 의대 학장실에서 열린 기부식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구 반대해 의대는 행사가 끝난 이후에야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노부부는 몸에 밴 검소한 생활습관대로 이날도 수수한 옷차림에 평범한 중형차를 타고 두 아들과 함께 서울대 의대를 방문,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암의 치료와 연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한 뒤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서울대 의대는 노부부가 기부한 주식으로 매년 약 2억원의 배당금을 받아 이들이 앓았던 위암과 폐암을 비롯해 각종 암 치료연구에 사용할 예정이다.
왕규창 서울대 의대 학장은 "이례적으로 병원이 아닌 의대에 거액을 기부한 경우"라며 "암 연구에 힘써 보다 많은 이들을 도와달라는 두 분의 아름다운 뜻을 기려 연구에 더욱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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