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주식 불공정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영국계 헤르메스펀드에 대해 처벌이 가능할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윤리와 법 조항 사이에서 교묘히 줄타기를 하는 외국인 투자 행태의 대표적인 사례로, 향후 유사 사안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응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헤르메스의 삼성물산 주식 매각 과정에 대한 불공정 거래 의혹과 관련해 사실 관계 확인 등 예비 조사를 진행 중이며, 조만간 본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번 조사의 핵심은 헤르메스가 삼성물산 보유 지분을 전량 팔아치우기 직전에 언론과 가진 인터뷰 내용이 증권거래법 상의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 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다.
문제의 발언은 로버트 클레먼트 헤르메스 이머징마켓 총괄운용책임자가 삼성물산 지분을 전량 팔아치우기 바로 이틀 전인 1일자에 한 일간지와 가진 인터뷰 내용. 그는 "(삼성물산의) 현 경영진이 만일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의사 결정을 하지 않고 대주주 일가 또는 삼성그룹의 이해관계를 우선하는 결정을 내리는 등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헤르메스는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펀드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3월초 삼성물산 지분 5% 매입과 관련해 ‘단순 취득 목적’이라고 공시한 것과 달리 M&A 가능성을 언급한 뒤 곧바로 지분을 처분한 것이다.
금융 당국은 헤르메스의 인터뷰 내용이 주가를 끌어올리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주가가 급락하는 것을 막는 역할은 했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손실을 줄임으로써 부당 이익을 챙겼다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당국의 의지 또한 여느 때보다 강력해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외국인이라고 법 조항을 교묘히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만큼 면밀히 조사를 할 방침"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대 관건인 ‘의도성 입증’이 그리 녹록치는 않아 보인다. ▦헤르메스가 의도적으로 언론에 접근해 먼저 인터뷰를 주선했는지 ▦삼성물산측에 직접적인 M&A 협박을 한 사실이 있는지 등 기본적인 사실 조사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솔직히 언론 인터뷰 만으로 의도성을 추궁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게다가 본거지가 해외에 있어 직접 조사를 하는데도 한계가 있는 것 역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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