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환표준점수가 나한테 약이 될까, 독이 될까.’주요 대학들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과목별 표준점수 편차가 컸던 탐구영역의 점수차를 줄이기 위한 변환표준점수 방안을 도입하자 수험생들이 각자에게 유리한 대학을 찾기 위한 저울질에 나섰다.
쉬운 과목을 선택해 표준점수가 낮게 나온 수험생들은 변환표준점수제를 도입한 대학에 관심을 두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표준점수가 높은 수험생들은 반대의 경우를 생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수험생들은 저마다 자기 성적을 대학별로 다른 변환점수제에 일일이 대입해본 뒤 높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대학에 대한 ‘입시 포트폴리오’를 짜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초 연세대에 지원할 계획이었던 D여고 정모(18)양은 "윤리와 한국지리에서 표준점수가 너무 낮게 나와 지원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변환점수를 사용하는 고려대로 지원대학을 바꿔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능 중 탐구영역 반영비율이 4분의 1인 연세대는 인문계의 경우 선택한 4과목 모두 표준점수로 반영하고 있어 표준점수가 낮은 윤리 국사 세계지리 한국지리 등을 선택한 학생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셈이다. 특히 이 과목들은 재수생들이 배운 6차 교육과정 필수 과목이어서 이 과목들을 많이 선택한 재수생들이 변환표준점수를 사용하는 대학으로 몰리는 ‘이상집중’ 현상도 예상된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실장은 "상위권의 경우 연세대보다 점수차를 줄인 서울대와 고려대로 학생들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하지만 실제로 쉬운 과목만 선택해 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변환표준점수를 사용하더라도 실제 당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하위권 수험생들도 변환점수를 사용할 경우 자신의 점수가 얼마나 올라갈지, 상위권 학생들이 변환점수에 따라 어떻게 움직일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교사들은 변환점수제에 따른 수험생들의 움직임까지 예상하면서 진학지도를 해야 할 형편이라 더욱 애를 먹고 있다.
대원외고 이경만 진학부장은 "대학들이 변환점수표를 발표하면 학생들은 어느 점수를 사용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한지를 따지며 치열한 눈치경쟁을 벌일 것"이라며 "그러나 실제 학생들이 지원대학을 바꾸더라도 결국은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 변환표준점수란
각 대학이 과목별 난이도에 따른 유·불리 현상을 줄이기 위해 수능 성적표에 통보한 표준점수 대신, 백분위나 자체 기준을 통해 변환·산출한 점수. 탐구영역에서 선택 과목별 난이도에 따라 같은 점수를 받고도 표준점수가 크게 차이가 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 고려대 이화여대 한양대 중앙대 등이 도입했다. 변환표준점수를 사용할 경우 난이도와 관계없이 백분위가 같으면 같은 표준점수를 받게 돼 과목별 표준점수차가 많이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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