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다민족 국가인 미국의 전례를 따라서는 안된다.’독일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인종·종교적 갈등에 따른 테러가 빈발하자 독일 정계에서 다민족·다문화 사회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헬무트 슈미트(85·사진) 전 총리는 최근 "50, 60년대 터키 노동자들을 대규모로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했다"며 "다문화 사회는 권위주의 정부에서나 가능한 것"이라고 해 다인종 폐해론에 불을 지폈다.
독일 지도자가 인종주의적, 문화우월주의적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민자들은 기독교 문화에 바탕을 둔 독일문화에 동화해야 한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키더니 중도우파인 기독교사회연합의 에드문트 슈토이버 당수는 "이슬람 히잡(머리쓰개)에 반대한다"고 해 이슬람 문화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보수성향의 제1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의 안겔라 메르켈 당수는 한발 더 나가 "다문화주의는 완전히 실패했다"며 "이민자들은 독일 주류문화를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떠나든지 선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교적 소수민족에 유연한 입장이었던 독일 정부가 이처럼 인종문제에서 보수적으로 기운 것은 최근 유럽을 충격에 빠뜨린 잇단 인종·종교적 테러에 영향이 크다. 특히 지난달 네덜란드 영화감독 테어 반 고흐가 이슬람을 비판하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이슬람 극우주의자에게 피살된 사건은 독일 기독교 문화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독일 정부는 유럽의 인종문제는 미국과는 여러모로 달라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민자들이 세운 미국은 처음부터 다양한 민족이 모여 정체성을 만들어 나갔지만 유럽은 상이한 문화를 가진 이민자가 주류사회와 융화되지 못하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