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최초의 흑인 슈퍼모델. 크리스찬라크로와, 파코라반, 랑방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앞다퉈 자신의 의상을 입히고 싶어했던 아름다운 여성. 에스테르 카마타리(53)는 이렇게 알려졌다. 그가 최근 "부룬디 대통령으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카마타리의 삶의 이력은 부룬디의 역사 자체이기도 하다. 부룬디의 마지막 국왕 음왐부차이의 조카로 공주 신분이었던 그는 열아홉 살에 아버지가 암살되는 비극을 겪었다. 조국이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직후였다. 그는 곧바로 프랑스로 몸을 피했고 생계를 위해 패션쇼 무대에 섰다. 모델로, 작가로 유명해졌음에도 카마타리는 여전히 조국에서 멀리 있었다. 1966년 공화국이 수립된 부룬디는 쿠데타와 내전으로 혼란과 분열에 시달리고 있었다.
카마타리는 40대에 이르러서야 조국에 대한 사명을 깨달았다. 90년 그는 프랑스 내 부룬디인권조직(APB) 위원장이 되었다. 93년 후투족과 투치족의 내전이 본격화하면서 그는 APB를 통해 부모 잃은 부룬디 고아들을 돕는 구호활동을 시작했다. ‘어린이들에게 루고(부룬디 전통가옥)를’이라는 운동을 펼치면서 그는 후투족과 투치족을 가리지 않고 500명의 고아들에게 새 집을 제공해주었고, 난민촌을 직접 방문해 음식과 책을 전달했다.
최근 ‘모인다’는 뜻의 아바후자(Abahuza)당을 만들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카마타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룬디는 500년 간 평화로운 왕국이었다. 국왕이 국민의 아버지였던 시대는 행복했다"고 말했다. 군사쿠데타로 수립된 현재의 공화국 체제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과거의 왕정 복고 대신 유럽식 입헌군주제를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은 어느 때도 무기를 놓지 못하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한다. 최소한의 복지 제도도 부재하다. 싸워야 할 대상은 다른 부족이 아니라 부룬디의 궁핍한 사회"라고 카마타리는 말했다. 프랑스에서 30년째 머물러온 그는 4월 대선 캠페인이 시작되면 귀국할 예정이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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