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과거 분식회계 사면을 위해 정치권 읍소에 나섰다. "과거 분식회계를 깊이 반성하고 있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테니 과거는 묻지 말아 달라"는 요청이다.전국경제인연합회 강신호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박용성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이수영 회장 등 경제 5단체 회장단은 15일 롯데호텔에서 긴급 모임을 갖고 ‘기업경영 선진화를 위한 경제계의 다짐’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재계는 "관행적으로 행해진 과거 분식회계를 깊이 반성하고, 법과 정책이 정하는 바에 따라 누적된 과거분식을 깨끗하게 정리해 나가겠다"며 투명경영·윤리경영을 다짐했다. 회장단은 이어 김원기 국회의장,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등 정치권 지도자들을 잇따라 방문,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집단소송제는 공정거래법 보다 기업에 미치는 파장이 훨씬 치명적이다. 주주들의 집단소송이 몰릴 경우 대기업들은 대내외 신인도 추락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재계가 이 같은 사안에 대해 저자세로 나선 것은 분식회계 자체가 위법 사항이어서 공정거래법과 달리 반대 명분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정치권과 정부 일각에서 재계 입장을 일부 반영하겠다는 움직임도 있어 굳이 정치권의 신경을 건드릴 필요는 없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성명서 초안에 ‘과거 분식회계 사면 요구’ 조항이 빠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재계 요구가 수용될 지는 미지수이다. 야권은 물론, 경제 부처와 여권 일각에서 법 시행일(내년 1월) 이전 분식회계에 대해 3년 정도 적용 유예 기간을 주고 분식을 털 수 있도록 하자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개별 분식 건에 대해 발생 날짜를 못박을 수 없어 현실적으로 처리할 방안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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