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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제 학력평가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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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제 학력평가의 함정

입력
2004.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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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력평가에서 성적이 저조한 것에 충격을 받은 일본 정부와 교육계가 시끌시끌하다.7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고교1학년 문제해결력 순위에서 한국은 1위, 일본은 4위였다. 독해력은 한국 2위에 일본 14위였다. 14일 발표된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 평가를 보면 일본이 전통적으로 강했던 수학·과학 분야에서도 한국 중학생이 일본을 앞질렀다.

일본에서는 당장 ‘여유있는 교육’이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입시과열과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막기 위해 1970년대 중반부터 도입되기 시작해 2002년 주5일제 수업으로 완결된 창의력 중심 교육노선이다. 수업시간이 줄고 교과 난이도가 낮춰진 대신에 현장 학습을 늘렸다.

문부과학성은 15일 표준수업시간 연장과 전국 학력테스트 부활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여유있는 교육’의 문제점을 일부 시인했다.

섣부른 사람들은 이를 근거로 한국 교육의 우월성을 입에 올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것은 단견이다. 세계 대학 순위나 국제 특허 취득 건수 등은 여전히 일본이 훨씬 앞서 있다.

온 국민이 대학을 가기 위해 사교육에 매달리는 한국에 비하면 일본은 이미 정원 미달 대학이 속출하는 등 입시 거품이 빠졌다. 아마 이게 한국이 초중고 국제학력평가 평균점수는 일본보다 높지만 최종 학력 국제경쟁력은 떨어지는 이유일 지 모른다. 경제·사회 구조와 발전단계가 다른 나라들 사이의 단순한 학력 비교는 참고자료일 뿐이다.

학력과 창의력은 어느 한쪽을 포기할 수 없는 교육의 두 가지 목표다. 그래서 지금 욕을 먹는 일본의 ‘여유있는 교육’ 노선도 30여년이나 논쟁을 벌이며 서서히 진행됐을 것이다.

신윤석 도쿄 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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