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낮으면 무조건 조기종영, 높으면 무조건 연장방송.’ 광고 수주가 IMF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하락하며 경영에 비상이 걸리자 지상파 3사의 고질병이 다시 도졌다.11월1일 100회를 목표로 신설됐으나 23일 조기 종영하는 KBS 2TV ‘방방’(사진)이 대표적인 사례. ‘방방’은 시트콤과 콩트를 결합한 새로운 포맷인 ‘시트콩’을 표방했지만 기획 기간이 한달 반 정도에 그쳐 상대적으로 짧았고 방송 1주일 전에야 외주제작사가 결정되는 등 졸속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같은 시간대에 편성된 MBC ‘논스톱5’를 견제하고 KBS2의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급조된 ‘방방’은 결국 시청자들로부터 ‘유치하다’ ‘재미없다’는 반응을 얻으며 시청률도 3~4%에 그쳤다. 박준형 김영철 김기수 정종철 박성호 등 ‘개그콘서트’ 멤버들을 대거 기용한, ‘그 나물에 그 밥’인 출연진에 내용도 단순 콩트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공영방송인 KBS가 시청률을 의식해 무리하게 시트콤을 편성했다가 인기가 없자 조기종영했다는 사실이다. KBS는 이 시간대에 27일부터 4일간 임시편성으로 다큐멘터리 ‘공룡대탐험’을 내보낼 예정이다.
그런가 하면 MBC는 토요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전진 배치했던 12부작 시트콤 ‘조선에서 왔소이다’를 7회에 조기 종영하는 ‘결단’을 내렸다.
반면 인기 드라마의 경우 방송을 연장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시청률 1·2위를 달리는 KBS1 ‘금쪽 같은 내 새끼’와 MBC ‘왕꽃 선녀님’은 모두 내년 2월까지 연장방송이 결정되면서 드라마의 중심축이 본래 내용과는 딴판으로 고부갈등과 불륜으로 이동했다. SBS도 드라마 스페셜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를 16회에서 2회 연장 방침을 확정한데 이어 아예 20회로 늘릴 것을 검토중이다.
방송사들은 이런 시청률 지상주의 편성 원칙을 두고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프로그램은 도태시키고 인기 프로그램은 연장하는 게 당연하다’는 입장. 그러나 이로 인해 자신이 즐기는 프로그램이 조기종영 되고 재미있게 보던 드라마가 무리한 연장으로 망가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등 시청자들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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