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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철우 의원을 놔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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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철우 의원을 놔둬라

입력
2004.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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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가려야 한다. 아무리 상황이 심각하더라도 남의 가슴에 못을 박는 짓은 삼가야 한다. 언제부턴가 우리 정치판은 금도를 넘는 짓을 식은 죽 먹기로 하더니 이젠 무엇이든 싸움거리가 될만하다 싶으면 마구잡이로 막말을 해대는 수준으로 타락하고 있다.이철우 의원 사태도 이런 상황에서 빚어진 것이다. 야당의원이 이 의원의 과거 전력과 사상을 문제 삼아 현재도 국회에서 북한노동당당원으로 암약하고 있다고 공격을 해댄 것이 문제의 시발이다. 물론 국회의원은 일반인과 달리 중요한 국가정책을 결정하고, 그 정책에 따라 국민과 나라의 운명이 좌지우지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국민의 입장에서 국회의원의 전력이 반체제적이고 헌법질서에 반하는 것이면 현재 陋?어떠한지를 알 필요가 있고 또 묻을 수 있는 권리도 있다.

국회의원 후보만 돼도 재산을 공개하게 하는 것은 그 사람이 국회의원이라는 중차대한 지위에 취임할 가능성이 있고, 축재 과정이 반사회적이고 부도덕한 것일 경우에는 앞으로의 의정활동에서 또 그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유권자가 알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문제는 사실여부도 확인하기 전에 동료의원을 반국가적인 인물로 공격하고, 그러한 공격의 표현이 도를 넘어선 데 있지만, 이 문제의 본질에는 근본부터 생각해볼 점이 있다. 과거 독재나 권위주의체제의 억압이 심각할 때, 보통 사람들은 그 상황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치 않고 생업에 종사했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상황을 잘 알면서도 자신의 권세와 출세를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그런 체제를 옹호하거나 이용했을 수도 있다.

그런 반면 어떤 사람은 그런 상황을 실로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런 경우 상황인식의 정도에 따라 희망을 가지고 저항을 할 수도 있고, 절망 끝에 체제전체를 전복시키는 길을 찾을 수도 있다.

일제시대를 생각해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일제시대에 대부분의 사람은 별 생각없이 생업을 꾸려나가기에 급급했을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하다못해 길거리에 나가 대한독립이라도 외쳐보자며 뛰어나가다가 일경의 총에 맞아 죽은 경우도 있다. 또 영의정 집안의 이회영 선생이나 이상룡 선생은 기득권을 모두 버리고 일가를 이끌고 동토의 만주에서 독립운동이라는 형극의 길을 걸었다. 후손들이 모두 절멸당할 것을 알면서도 김동삼 선생은 독립투쟁에 몸을 던졌다. 이것이 바로 사상의 문제이다. 그래서 사상은 아무나 마구잡이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역사를 볼 때, 사상은 본시 대인들의 영역이다.

이런 거창한 이야기를 않더라도, 이 의원은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공개적으로 과거의 사상은 버렸다고 했고, 현재 자신의 정치적 교과서는 성경이라고 했다. 그 정도면 자신의 심경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본다. 여기서 더 몰아세워 항복을 받고자 한다면 그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며, 사상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소치다. 사람이 진지하게 말할 때는 일단 경청하고 받아주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사람의 향기다. 불분명한 사실은 국정조사로 밝히면 될 것이고, 이 의원의 말이 진실된 것인가는 국민들이 앞으로 지켜보면 된다.

야당의원도 자신의 말이 지나쳤음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은 이후 발언에서 익히 알 수 있다. 그러니 말꼬리를 잡고 싸우는 일은 그만두는 것이 옳다. 툭 하면 율사들이 법적 대응하자고 나서는 것도 유치하고 저급하다. 다선 의원이나 정치경륜이 있는 사람들이 나서 열기를 식히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정치에도 미학이 있고, 사상은 대인의 몫이다. 이 의원을 더 이상 몰아세우지 마라.

정종섭 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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