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 충돌은 재난 영화와 공상과학소설의 인기 있는 ‘단골 메뉴’다. 지구를 향해 거대한 우주의 한 조각이 날아든다는 어마어마한 재난은 상상만으로도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우주의 변화상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적어도 100년 안에는 그 같은 재난이 없을 것이라고 우리를 안심시킨다. 그러나 우리의 후손을 위해서라도, 대형 재난을 극복할 방도는 마련해 놔야 하지 않을까. 영화에서는 핵폭탄을 장착한 우주선을 몰고 혜성으로 날아간 ‘브루스 윌리스’가 지구를 구했다. 현실 세계에서는 과학자들이 주인공이다. 미국이 내년 1월 발사할 무인 우주 탐사선 ‘딥 임팩트’는 혜성과 정면 충돌, 그 특성을 세세히 알아내려는 대형 프로젝트다. 미 우주항공국(NASA)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탐사선을 다음달 12일 오후 1시39분50초(현지 시각)에 발사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주기 짧은 ‘템펠’ 혜성이 표적 = 아이작 뉴튼과 ‘헬리 혜성’으로 유명한 에드먼드 헬리 등 과학자들은 끈질긴 연구 끝에 혜성이 대부분 일정한 주기를 지니고 있으며, 핵 코마(coma·기체와 먼지로 이뤄진 성운) 꼬리의 구조를 지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울러 혜성이 45억만년 전 우주의 가장 차가운 영역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밝혀지자 과학자들은 혜성이 은하 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보고(寶庫)라며 흥분했다.
‘깊은 충돌’이라는 우주선의 이름처럼 ‘딥 임팩트’의 임무는 혜성의 핵과 충돌해 그것이 무엇으로 구성돼 있는지, 속을 들여다보겠다는 시도다. ‘딥 임팩트’와 충돌할 혜성은 ‘템펠 1(Tempel 1)’이다. 독일 천문학자 에른스트 템펠이 1867년 발견한 이 혜성은 상대적으로 짧은 5.5년을 주기로 화성과 토성 사이에 위치해 태양을 공전한다.
◆ 6개월 비행 후 혜성 핵과 충돌 = 1월 발사되는 딥 임팩트가 템펠 1과 만나는 데는 약 6개월이 걸린다.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케이프 캐너베럴 공군기지를 출발한 탐사선은 약 4억3,100만㎞의 우주 공간을 여행한 후 혜성의 핵과 시속 약 3만7,000㎞로 충돌한다.
탐사선이 혜성과 부딪혀도 혜성이 궤도를 바꾸거나 손상될 염려는 거의 없다. 프로젝트에 참가한 돈 여맨스 박사는 "충돌을 하면 혜성의 속도는 초당 0.0001㎜, 공전 궤도는 약 10m 줄어들게 된다"며 "이는 보잉 767 여객기가 모기를 치고 지나갈 때 받는 충격의 규모"라고 설명했다.
혜성과 충돌할 ‘모기’는 구리로 둘러싸인 부피 1㎥, 372㎏의 소형 탐사선으로 충돌 하루 전까지 기나긴 여정을 함께 했던 본체와 분리되지 않는다. 혜성 주위를 맴돌며 혜성의 사진을 지구로 보내올 본체는 충돌 예정일 하루 전, 탐사선을 혜성과 충돌할 곳에 남겨두고 분리된 후 약 500㎞ 밖으로 이동한다. 작은 탐사선은 분리 후 장착된 배터리로 스스로 방향을 결정해 움직이기 때문에 ‘똑똑하다’는 뜻의 ‘스마트(smart)’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 탐사선:혜성=모기:여객기 = 남겨진 탐사선은 혜성의 핵과 충돌하기 직전까지 혜성의 외부와 내부를 어우르는 수많은 사진을 본체로 전송하고 본체는 이를 지구에 있는 본부로 보낸다. 충돌 후 남겨진 본체는 충돌 모습과 구멍에서 방출되는 물질 등을 상세히 파악하고 기록한다. ‘스마트’가 혜성 속으로 사라진 후에도 본체는 며칠간 계속해서 혜성의 다른 쪽을 살피고 분석한다.
‘구멍 속의 물질은 이산화탄소일까, 일산화탄소일까’, ‘혜성의 구성 물질은 고르게 분포돼 있을까, 부위마다 다를까’ ‘혜성의 표면은 무엇으로 돼 있을까’…. NASA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수 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딥 임팩트’가 밝혀낼 수 있을까. 거대한 우주의 비밀을 밝혀내고 싶은 작은 지구인들의 바람을 담은 듯, ‘딥 임팩트’에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인터넷을 통해 접수한 56만 명의 이름을 담은 디스크가 함께 탑승할 예정이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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